KAIST,‘로플린 구상’ 갈등 증폭

  • 입력 2005년 1월 24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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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발표한 ‘KAIST 사립화 구상’을 놓고 학내 공방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KAIST 박오옥(朴五鈺·생명화학공학) 기획처장은 전체 교수들에게 e메일을 통해 “생각이 너무 달라 더 이상 총장을 보좌할 수 없다”며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앞서 전기 및 전자공학 전공 교수 50명은 로플린 총장 구상에 반대 입장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로플린 총장에게 보냈다.

▽로플린 총장의 구상=지난해 12월 14일 발표한 이 구상은 정부 지원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려면 사립화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원을 현재의 7000명에서 2만 명으로 늘리고 △연간 60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받으며 △학부에 의대, 법대, 경영대학원(MBA) 예비반 등을 두어 학부 중심의 인기 있는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방안이다.

총장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교수들로 ‘KAIST 비전 위원회’를 구성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내달 말 최종안을 보고하도록 했다.

▽공방의 내용= 논쟁의 핵심은 KAIST의 정체성과 소명이 무엇이냐는 것.

한국과학기술원법은 KAIST를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국가 과학기술저력 배양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명시했다. 이 학교는 1971년 과학기술부 산하 독립법인으로 설립됐으며 정부지원금 30%, 정부와 기업 연구프로젝트비 70%로 운영된다.

반대 교수들은 로플린 총장의 구상대로 할 경우 KAIST는 설립법의 취지와는 달리 일반 사립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교수들은 특히 법대 의대 예비반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처장은 (국고 지원 의존을 반대하는) 총장이 예산 증액 신청을 제지하는 바람에 추가 예산 200억 원 확보도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로플린 총장은 재정적으로 독립해야 독창적인 연구도 가능하며 탈산업화사회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은 시장(학생과 학부모)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 그는 “미국 MIT대 등은 이공계의 3분의 1 이상이 비이공계 대학원으로 진학한다”고 지적했다.

▽대학과 정부 등의 반응=최근 설문조사에서 교수들은 압도적으로, 학생들은 절반 이상이 로플린 총장 구상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부 조청원 과학기술기반국장은 “내부 조율이 될 것으로 본다”며 “KAIST를 한국과학기술원법에 근거한 이공계 최고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만 말했다.

포항공대 홍기상 교무처장(전자전기공학)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KAIST는 나름의 소명이 있고 그 소명은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우리의 과학기술력이 뒤진다면 포기하기보다는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KAIST 발전 방안을 둘러싼 논란 양측 입장
로플린 총장

반대 교수들
적극 추구KAIST 변화공감
추진(점차 줄어들 정부 지원 감안해 재정확충으로 자립도 높여 재투자).모델은 미국 스탠퍼드대나 MIT대.학교 사립화 여부 및 추구모델시기상조(여건이 다른 미국식 모델의 적용으로 현실성 부족)
학부중점 육성대학원
600만 원까지 인상등록금현행(80여 만원) 유지
2만 명까지 3배가량 확대학생수현행 유지(7000여 명). 증원은 질적 하락 초래
법대, 의대, 경영대학원(NBA) 예비반 등 인기학과 설치학부 커리큘럼 개편인기 위주 학과 신설은 반대. 단 인문 사회 경영 등 인접 학문 수업 확대는 바람직
서비스산업으로의 산업변화와 동남아 인력 유입등이 있어 문제 안됨국가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국가적인 집중육성 필요(이른바 ‘과학사관학교’ 지향)
학생, 학부모KAIST의 시장산업계, 정부
탈산업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시장에 맡겨야이공계 기피 현상 진단 및 대책인기 없더라도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지원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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