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체육대회 경품… 무료영화 …지자체-선관위, 지방행사 갈등

  • 입력 2005년 1월 9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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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사업인가, 주민복지사업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사업에 대해 무더기로 제동을 걸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이 지자체 행사를 통해 사전 선거운동을 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복지사업을 무턱대고 선거와 연결짓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사업은 안 돼”=대전 중구는 매년 10월에 열어 오던 구민체육대회를 올해는 열지 않을 계획이다. 서울의 한 기초단체는 10여 년 전부터 해오던 구민걷기대회의 올해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음식이나 경품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이들 행사에 대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전남의 한 기초단체는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인 노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교육을 실시하고 참석한 노인들에게 8000원씩의 식비와 교통비를 지급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선심성 지적을 받았다. 이 지자체 관계자는 “어려운 노인을 위한 건강교육은 복지행정 차원에서 오히려 권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10개 광역단체와 121개 시군구의 주요 사업 777건에 대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사업 변경을 요청했다. 현재 계획된 내용대로 행사를 열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선관위가 전국 지자체의 사업계획을 모두 조사해 사업 변경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 선관위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 12월 두 달 동안 16개 시도와 234개 시군구의 올해 주요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 내용을 모두 분석했다.

▽지자체 반발 및 논란=선관위의 제동이 걸린 사업 가운데 74%인 573건이 축제나 각종 행사 개최와 관련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들은 “아예 복지행정을 펴지 말란 얘기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행사를 열면서 참가 시민들에게 경품이나 식사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며 “특히 요리경연대회처럼 시상이 필요한 행사의 경우 상품을 주지 않고는 행사를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선관위가 사업 변경을 요청한 것은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 내용을 조정하라’는 의미”라며 “지역축제를 열고 경로당에 편의시설을 보급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지만 이를 빌미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에 따라 법령이나 조례에 근거하지 않은 금품제공은 모두 불법”이라며 선거법 개정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선거법 개정에서 기부행위 금지기간이 ‘선거 전 180일’에서 ‘상시(常時)’로 바뀐 만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부행위 및 사전 선거운동에 대해 엄격히 감독할 수밖에 없다는 것.

선관위는 2002년 이후 지금까지 195건의 선거법 위반 내용을 적발해 10명의 단체장을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했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업 유형
구분사업계획 내용
각종 행사
개최 및
후원 관련
―서울 A구는 구민 건강증진과 화합을 위해 6∼10월 ‘걷기대회’를 개 최해 주민들에게 3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할 계획
―서울 B구는 구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8월 중 이틀간 1600만 원의 예산으로 지역 주민에게 영화감상의 기회를 줄 계획
―서울 C구는 6월 중 8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3대가 함께하는 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해 결과에 따라 시상할 예정
―경기 D시는 비만 시민을 대상으로 3개월간 ‘뱃살빼기 대회’를 개최 하며 결과에 따라 시상할 예정
시군구
홍보관련
―E도는 도청 방문자에게 기념품과 홍보물을 제공하기 위해 5000만 원을, 납세자 경품권 추첨제 사업을 위해 1억5000만 원을 책정
―경북 F군은 군청 방문자에게 제공할 기념품 및 홍보 달력 제작을 위 해 3400만 원의 예산 책정
노인정 등위문 관련―경기 G시는 2005년 1월∼2007년 12월 경로당에 150대의 노래방 기기를 보급하기 위해 1억5000만 원의 예산 책정
―경남 H군은 경로당 50개소에 안마 기구를 제공하기 위해 1억 원의 예산책정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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