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총장 신년 간담회… 검찰 격식깬 시무식 눈길

  • 입력 2005년 1월 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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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신년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 참석자들은 줄도 서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서 서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검사장은 따로 줄을 서고 부장과 평검사, 일반직원 등이 사열하듯 서열별로 도열해 검찰총장을 기다리던 종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경음악으로 가곡 ‘희망의 나라로’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입장한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사람들의 한가운데로 들어서서는 근처에 있는 사람부터 악수를 청했다. 이후 단상에 오른 송 총장은 짧은 인사말을 하고는 다시 내려와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눈 뒤 퇴장했다.

어떻게 보면 무질서하게 보이는 이 모습에 ‘권위의 상징인 검찰이 기존 이미지를 깨려 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런 새로운 신년회 광경은 송 총장이 1일 “신년회가 너무 딱딱하다. 서로 대등한 관계 속의 조직원이라고 인식해야 권위주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연유했다는 것.

문성우(文晟祐)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거창하게 무엇을 다짐하기보다는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총장의 의견에 따라 행사 이름도 ‘시무식’이나 ‘신년다짐회’가 아닌 ‘신년교례회’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단체로 다니면서 신년 인사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구내방송을 내보냈다. 이종백(李鍾伯) 지검장이 “단체로 다니는 건 업무 시간을 허비하는 데다 지나치게 격식에 얽매이는 것”이라며 자제를 지시했기 때문.

한편 송 총장은 이날 오전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경제가 어렵더라도 부정부패 척결 차원에서 기업 비리에 대한 수사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제와 수사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수사 필요성이 더 큰지를 항상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송 총장은 또 “올해는 검찰에 있어서 과학수사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유전자 정보은행 설립이 역점을 둘 주요 과학수사 분야”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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