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수험생 모셔라” 대학들 비상

  • 입력 2004년 11월 23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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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실감납니다. 요즘 고교 3년생들은 각 대학의 초청행사에 참석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예요.”

대구 K여고 3학년 담임인 황모교사(48)는 23일 “대학들이 고3 학생을 초청하는 ‘캠퍼스 투어’의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바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역 대학들이 신입생 확보를 위해 대구와 경북은 물론이고 울산, 부산, 경남 등지의 고3 학생들까지 초청하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요즘 같으면 진짜 고교 3학년 담임교사들이 부럽다”며 “대학 교직원들이 거의 모든 고교 교무실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전방위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나고 지역 대학들이 신입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고교생을 캠퍼스에 초청하는 행사도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경북대가 대구시내 고3 학생 2만여명을 다음달 초순까지 초청해 입학설명회를 여는 것을 비롯해 영남대와 계명대 등 상당수 대학들이 대규모 캠퍼스 투어를 추진하고 있다.

또 대구대는 대구, 경북, 울산지역 100개 고교의 3학년 3만5000여명과 교사 1200여명을 다음달 10일까지 캠퍼스에 초청할 계획이다.

대구대 조두섭(趙斗燮) 입학처장은 “몇 시간에 불과하지만 수험생들이 직접 캠퍼스를 보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이 행사의 장점”이라며 “또 장학금 제도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면 대학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초청행사에 몇 차례 다녀온 한 고교 교사는 “장학금과 해외연수, 기숙사 등 신입생에 대한 혜택이 과거보다 풍성해진 것 같다”며 “대학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은 대학에 대한 정보를 훨씬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신입생 확보가 대학의 최대 과제가 되면서 ‘대학의 질’을 걱정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일부 교수는 “정원 채우기와 취업이 대학의 목표처럼 되면서 기초학문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대학 안팎에서 취업 등을 기준으로 인기, 비인기 분야를 양분하는 분위기라 기초학문은 말도 꺼내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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