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수능특수 ‘옛말’… “올해는 문의전화도 없네요”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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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강남 부동산시장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까. 23일 강남 부동산시장은 작년과는 달리 이사 수요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작년만 해도 수능이 끝난 뒤 학원 등이 몰려 있는 강남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많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 우선 각종 규제와 불황으로 부동산 경기가 워낙 침체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수능방송과 내신비중 강화 등으로 그동안 강남 부동산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교육프리미엄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능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면 전년에 비해 이사 수요가 감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능이 아주 쉽게 출제됐던 2000년에는 수능 이후 한 달간 강남구의 전세가격이 1.11% 하락하기도 했다.》

▽전세 문의 거의 없어=수능을 치른 집이나 고교 1, 2학년 자녀를 둔 집은 수능이 끝나는 것을 계기로 이사를 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올해는 잠잠하기만 하다.

강남구 대치동 우방부동산서비스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라며 “작년에는 전셋집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수십명이었는데 올해는 문의전화 한 통 없다”고 말했다.

교육 수요 때문에 집을 옮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사를 하는 여름방학 때도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낯설지만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교육프리미엄을 누리는 대표적인 곳으로 거론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가끔 문의전화가 오기는 하지만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편”이라는 반응이다.

올해는 강남 전세시장이 수능 전후로 거의 변화가 없어 수능이 실시된 지난주 강남구 전세금은 평균 0.06% 하락해 직전 주(―0.08%)와 비슷했다.

예년의 경우 전세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드는 겨울에도 강남은 강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전세금은 작년 11월 0.70%, 12월 1.46%, 올해 1월 0.85%, 2월 0.43% 등으로 상승을 거듭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 전세금 변동률은 11월 ―0.38%, 12월 ―0.27%, 1월 ―0.14%, 2월 ―0.23% 등으로 하락세였다.

▽매매시장도 조용=해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 매매 시장도 활기를 띠었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주택 매매를 수능시험 이후로 미루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수능시험이 끝나고도 매매 시장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강남구 개포동 에이스공인 조병희 사장은 “주택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수능시험이나 계절 변수가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수능시험 직후 잠깐 동안 급매물이 소화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위한 관리 처분이 마무리된 잠실 주공2단지 13평형은 수능시험 직후 2, 3일 사이 4억6000만원에서 4억7500만원으로 올랐다.

잠실동 행운공인중개사무소 박헌순 실장은 “수능시험이 끝난 후 거래가 재개되는 듯했으나 ‘반짝 장세’에 그쳤다”며 “시장의 불확실 요소가 워낙 많아 전망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현도컨설팅의 임달호 사장은 “부동산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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