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능不正 파문]가담 학생 100여명으로 늘어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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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은 100명 이상이 가담해 치밀하게 예행연습까지 하는 등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중 상당수가 휴대전화 구입비 등으로 10만∼100만원을 내 모두 1500여만원을 모았다.

▽드러난 사건 개요=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동부경찰서는 부정행위를 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한 광주 S고교 L군(19) 등 광주시내 4개 고교 재학생 6명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광주 C고교 Y군(19)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이날 긴급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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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들 외에 21일까지 연루 수험생들과 이들을 도운 후배 학생 12명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며 “가담자가 수험생 60여명(이 중 20여명은 답안을 받기만 했음)과 이들을 도운 후배 40명 등 1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주도자 등 수험생 40명은 송신용 및 수신용 휴대전화기 2대를 갖고 고사장에 들어가 ‘가(假)답안’을 광주 북구 용봉동 H고시원에 미리 대기시켜 둔 후배 40명에게 보냈다.

후배들은 가답안을 바탕으로 ‘모범답안’을 만들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최초 송신 수험생 40명과 또 다른 수험생 20여명에게 다시 전송했다.

경찰 조사결과 중고교 동창인 이들은 9월부터 범행을 준비했으며 평소 알고 지내 온 대학생 3명의 명의로 뚜껑을 열지 않아도 송수신이 가능한 ‘바(bar)형’ 휴대전화기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단체 구입했다. 이후 몇 차례 예행연습을 했고 시험 전날 후배들을 고시원에 집단투숙토록 하는 등 치밀하게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총 58대의 휴대전화기를 압수해 이들의 음성통화 및 메시지 송수신 기록을 확인 중이며 가담자의 소재 추적과 함께 추가 가담자가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내 일부 고교에서 “교내 불량서클의 선후배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아 경찰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소문의 진위를 파악 중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대로라면 100명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불량서클 리더라면 이 의문이 풀리게 된다”고 말했다.

▽수사 확대=경찰은 비슷한 수법과 규모의 수능 부정행위가 다른 시도에서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국의 지방경찰청에 첩보 수집을 지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광주 사건에서 브로커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개입사실이 드러나거나 다른 지역에서 유사 사례가 확인되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 대응=교육인적자원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과 협의해 부정행위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교육부는 “무선기기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몸수색이나 감독관 추가 배치, 전자검색대 및 전파차단기 설치, 문제지 유형 확대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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