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이 司試냐” 집단퇴실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37분


“차라리 우리보고 사법시험을 치라고 해라.”

14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해 치러진 15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터무니없이 어렵게 나와 수험생들이 집단 과락을 면치 못하게 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 254개 시험장에서 16만7797명이 치러 약 70%의 응시율을 보인 이번 시험에서는 어려운 문제에 당황한 수험생들이 상당수 시험 도중 퇴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들은 이번 시험이 과거와 달리 1개의 문제에 대한 지문이 너무 길고, 일반 수험서에도 없는 문제들이 대거 출제되는 등 1차와 2차 모두 제 시간 안에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시험과목은 1차가 민법을 포함해 2과목, 2차가 3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하며 한 과목이라도 과락(40점 미만)이 될 경우 불합격된다.

이모씨(52)는 “5년 동안 시험을 준비해 왔고 매년 시험을 쳐왔지만 이번 시험처럼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35명이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쳤는데 1차 시험이 끝나자 3분의 2는 아예 시험을 포기하고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15일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건설교통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시험 유형, 난이도, 변별력, 출제 의도 등을 의심하고 비난하는 글들이 각각 수천건 올라와 있다. 건교부 홈페이지는 항의하는 수험생들이 쇄도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학원 강사들도 이번 시험의 변별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민법을 강의하고 있는 한 강사는 “10년 넘게 중개사시험을 강의했지만 이번 시험의 문제는 너무 어려웠다”며 “합격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등 시험 문제가 출제 범위를 너무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정부가 포화상태에 이른 중개업자 수를 억제하기 위해 시험 문제를 일부로 어렵게 출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험생들과 학원 강사들은 이번 시험과 관련해 해당 부처에 진정서를 보내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한국산업인력공단측은 “수험생들이 시험 문제에 대해 반발하는 일은 매년 있었던 일”이라며 “수험생들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민법 과목의 경우 바뀐 국내 투자환경을 반영한 출제였을 뿐이지 일부러 어렵게 출제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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