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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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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 재판부는 “이씨의 진술과 김씨의 진술서 등이 모두 신빙성이 있다”며 박 전 장관의 뇌물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최근의 판결 경향을 반영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달 8일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 몰수 국민주택채권 500장(50억원), 추징금 15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과 대비된다.
당시 재판부 역시 김영완씨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배척했으며 대신 고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 등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권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 변호인 상반된 반응=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지자 대법원 법정에 나와 있던 박 전 장관의 옛 비서 등은 서로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유럽 방문차 출국해 이탈리아 로마에 머무르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대법원의 공정한 재판에 경의를 표한다”며 “박 전 장관의 명예가 회복되어 다행이다”라고 몹시 기뻐했다고 수행 중인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이 전했다.
반면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안대희(安大熙·부산고검장) 전 대검 중수부장은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에 대한 전화보고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몹시 당혹스러워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대북송금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사법적 정의와 실제적 정의가 다를 때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이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라며 “파기환송심에서 올바른 판결이 나도록 보강증거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 언제 풀려나나=박 전 장관은 일단 서울구치소에서 계속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현대 비자금 수수 부분 외에 대북송금 관여 부분 등 다른 혐의는 1, 2심의 유죄판단이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박 전 장관에 대한 기록을 서울고법으로 보내며 서울고법에서는 재판부 지정 절차를 거쳐 파기환송심을 진행한다.
박 전 장관측이 대법원 판결 직후 보석신청을 냈으며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새로 제시하지 않는 한 보석신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1, 2심 중형 선고의 근거가 됐던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가 대법원에서 깨지고 대북송금 관여 등 ‘곁가지’ 혐의만 남았기 때문이다. 대북송금 사건의 주요 관련자가 모두 사면된 상황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대법, 박지원씨 사건 파기환송▼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柳志潭 대법관)는 12일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지원(朴智元·사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48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전 장관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김영완(金榮浣·해외체류)씨가 그의 변호사를 외국의 호텔로 불러 작성한 2차례의 진술서는 그 작성 경위와 방법이 비정상적이고 내용도 의심스러운 데다 피고인의 반대신문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 전 장관에게 양도성예금증서 150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 대한)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은 사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고 피고인을 만난 시간 등에 관해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어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좌추적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사항이 나오지 않은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원심의 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SK그룹에서 7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대북송금 과정의 직권남용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박 전 장관은 대법원 판결 직후 변호인을 통해 대법원에 보석신청을 냈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이날 기업에서 불법 정치자금 22억여원을 모금해 일부를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5억594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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