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사건 71%가 찬양고무죄 관련…2002년이후 100건 재판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29분


2002년 이후 1심 재판이 종결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96건 중 70%가 넘는 68건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폐지하기로 한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죄’가 적용된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나머지 28건도 대부분 폐지가 확정된 6조(잠입·탈출) 8조(회합·통신) 등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건 중 상당수는 형법의 처벌 대상이 되는 폭동이나 체제전복 활동 등과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관련 조항이 한꺼번에 폐지될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들 중 최종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단 4건에 불과해 ‘법이 이미 실효성과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 같은 사실은 법원이 국회 국정감사에 대비해 작성한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2002년 이후 종결된 국가보안법 위반 재판 현황(단위:건)
적용조항200220032004년
7조(찬양·고무)311817
6조(잠입·탈출) 740
8조(회합·통신)800
기타333
자료:법원

▽국보법 적용 현황=올해 1심 재판이 끝난 20건 가운데 찬양·고무죄가 주로 적용된 경우는 17건이었다. 이 중 실형 선고는 2건이었다.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 나머지 3건은 송두율(宋斗律) 교수, 탈북했다가 재입북한 남모씨, 통일연대 간부 민모씨 사건이었다. 이들에겐 3조(반국가단체 구성), 4조(목적수행) 5조(자진지원, 금품수수) 등이 적용됐다. 지난해 1심이 종결된 25건 중 7조가 적용된 경우는 18건. 이 중 최종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적용 실태 및 인권침해 논란=건국대 학생투쟁위원회(건학투위) 김모씨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인터넷에 개설한 동아리 카페에 올려놓은 문건이 ‘이적표현물’로 지목돼 기소됐고, 7조 5항(이적표현물 소지, 제작, 배포)이 적용됐다. 하지만 당시 김씨가 올린 문건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8월 의정부경찰서 앞에서 미군부대 훈련장 진입 사건으로 구속된 학생들을 호송하던 차량을 막아 구속된 3명에게도 같은 조항이 적용됐다. 이들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관련 자료집을 읽었다는 것이다. 두 사건은 인권단체 등이 대표적인 7조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로 꼽아왔다.

하지만 7조를 포함해 국보법 핵심 조항들을 한꺼번에 없앨 경우 법적인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 법원이 올해 7조 등을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간부 정모씨의 경우 여당 안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재판부는 당시 한청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정씨 등에 대해 “북한의 선군정치를 찬양하면서 인민민주주의 혁명 등을 주장하고 있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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