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뇌파분석장치' 도입…과학적 수사 뒷받침

  • 입력 2004년 9월 29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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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과학적인 수사를 뒷받침할 새 장비로 '뇌파분석 장치'를 도입, 수사에 시범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장치는 사람의 뇌가 이미 알고 있는 친숙한 이미지와 처음 접하는 생소한 이미지를 봤을 때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의료용으로 고안했던 것을 수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낸 것이다. 대검 과학수사과 김종률(金鍾律) 과장은 "뇌에 친숙한 자극이 주어지면 300msec(1000분의 300초, 0.3초) 후 뇌에서 발생하는 특정 전압(양극전위)이 급격히 증가해 뇌파 그래프에 큰 변화가 생기는데, 이런 현상을 생리 심리학적으로 p300이라고 한다"며 "p300이 이 장치의 핵심 작동원리"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우화 '나무꾼과 도끼'에서 산신령이 연못에 도끼를 빠뜨린 나무꾼에게 금도끼, 은도끼 등 여러 가지 도끼를 보여주면서 "이 도끼가 네 도끼냐"고 묻는데, 나무꾼의 뇌파는 자신이 진짜 빠뜨린 쇠도끼를 본 0.3초 후 급격히 변동한다는 것이다.

이 장치는 뇌파를 분석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정 진술을 할 때에 나타나는 혈압 맥박 호흡 등 심리적 생리적 반응 변화를 분석해 진술의 진위를 가리는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와 다르다. 김 과장은 "노파분석 장치가 훨씬 더 과학적이고 정확하다"며 "학계에서는 p300을 이용한 뇌파탐지가 95¤98%의 정확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뇌파분석 장치 도입은 자백 위주의 수사방식에서 탈피해 범죄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전문가들과 공동연구 작업을 계속해 수사 실무에 본격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 운영규정' 등을 개정해 '거짓말탐지기 검사'란 용어를 '심리생리검사'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육군이 우리나라에 심리생리검사 기기를 처음 도입하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기의 별칭인 'lie detector'를 그대로 번역해 사용했는데, 인간존엄을 해치고 심리적 거부감를 불러 일으킨다는 판단에 따라 이름을 바꿔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기기의 영어 표현은 '다중(多重) 기록'을 뜻하는 '폴리그래프(polygraph)'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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