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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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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관련 NGO 관계자들은 특히 한국이 1970, 80년대의 ‘인권침해국’ 이미지를 벗고 인권 신장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과 아동 등 소수에 대한 사회적 보호시스템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사 청산 및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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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국’에서 ‘인권 모델’로=NGO 관계자들은 한국의 인권에 대한 평가에서 무엇보다 ‘시민들의 정치사회적 권리가 신장된 점’(66.7%)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각계각층이 자신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조직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
몇몇 인사들은 “과거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했던 국보법의 존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인권 신장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50%(15명)가 ‘인권운동과 관련한 시민단체운동의 활성화’를 꼽았다. 그 밖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및 활동’(25%), ‘다양한 구시대적 악법 개폐’(20%)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 인권의 취약점으로는 ‘외국인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 경향’(2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인종차별에 대한 처벌규정 미비’ 등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또 ‘유교적 영향으로 인한 여성 차별 여전’(20%),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 부재’(10%)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과거사 청산 등은 신중히 접근해야”=현재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정치적으로 미묘한 문제”라며 응답을 피했다. “인권적 측면의 접근과 한 국가의 특수성 사이에는 고려 방식에 차이가 있어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과거사 청산에 대해 응답한 13명의 입장도 상반되게 갈렸다.
7명(53.8%)은 “과거사 청산 문제는 독립적인 국가기구를 만들어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청산에 찬성한 응답자 대부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위원회(TRC)’와 같이 관용과 화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반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이들도 6명(46.2%)이나 됐다. 국제인종차별철폐운동본부의 히데키 모리하라(일본)는 “일부 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숨겨진 것으로 의심된다”며 “과거사 청산은 목적과 이유가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보법 존폐 논란과 관련해서는 응답자 11명 중 9명(81.8%)이 ‘폐지’를 주장했다.
인권운동가의 입장에서 인권침해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법이라면 폐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그러나 베트남 인권조사연구센터의 구엔 록은 “남북의 특수상황 등을 고려해 개정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진보적인 성향의 외국 인권 관련 NGO 관계자들이 두 가지 현안에 대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며 답변을 회피하거나 ‘신중한 접근론’을 개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남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정치적 입장을 배제한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적당하다’(40%)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국제기구 및 해외인권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한 해결’(33.3%),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20%) 등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해외 NGO 설문 응답자▼
△갈등해소센터=미첼 팔레브리
△갈등해소센터=불레와 마칼리마
△국제고문방지협회=마크 톰슨
△국제인권봉사회=무사 가사마
△국제인권봉사회=크리스 시도티
△국제인종차별철폐운동본부= 모리하나 히데키
△국제형사재판소를 위한 민간단체연합=이안 지더만
△남부아시아인권자료정보센터=라비 네어
△대만인권협회=카오청상
△대만인권협회=치팅 세레나 촹
△대만인권협회=추컨
△반인종주의정보서비스=앤키 플로레스
△베트남인권조사연구센터=구엔 록
△세계교회협의회 국제문제위원회=존 클레멘트
△시민헌법포럼=존 다쿠불라
△아시아민중진보센터=린다 노체
△아시아인권발전포럼=솜차이 홈라오
△아시아인권위원회=산지와 리야나지
△아태 법·발전·여성포럼=주디 파시미오
△아태인권정보센터=노자와 모에코
△아프간 농민돕기 운동본부=사예드 자우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노동자 캠페인 국제본부=
안드레아스 스펙
△유엔연락사무소=후지 가즈나리
△인도네시아인권실무위원회=라펜디 자민
△중국인권연구회=양청밍
△필리핀구속자석방위원회=오로라 파롱
△홍콩인권위원회=헤이와 호
△휴먼라이트워치=루브나 프레이
△휴먼라이트워치=익명 요구
△휴먼라이트퍼스트=익명 요구(가나다 순)
▼어떻게 조사했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에 초청한 50여개의 외국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 중 ‘한국 인권 상황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10여개국 30여개 단체를 대상으로 했다. 본보 취재팀이 1일부터 12일까지 전화와 e메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인권위와 본보 설문조사 전문위원 등의 자문을 거쳐 ‘한국 인권의 현주소’란 주제 아래 10여개의 질문으로 구성했다. 설문은 조사방법론에 기초해 참가자 전원은 물론 그룹별, 단체별, 지역별, 개인별로 나눠 e메일로 설문지를 보내고 전화통화를 해 신뢰도를 높였다. 응답자들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설문에 응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한국의 현재 상황에 대해 문의하는 등 수차례의 확인과정을 거친 뒤 최종 답변지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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