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가는 사람들]20∼40대 고학력이 떠난다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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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경제활동 연령층인 30, 40대의 고학력 인재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들이 해외 이민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0년에는 20대의 미국 이민이 전년 대비 49.7%나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20대의 이민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기혼자의 이민이 증가한 반면 노인 주부 유소년층의 이민 비율은 낮아져 경제활동 연령층이 가족을 남겨두고 이민을 가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본보가 미국 연방이민국과 캐나다, 호주 이민부의 전체 이민자 신상자료를 단독 입수해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미국의 경우 1990∼2000년의 11년치 이민자 정보 600여만건을 입수했으며, 이 중 한국인 관련 정보 19만6000여건을 정밀 분석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전체 한국인의 수는 1990년 2만9548명에서 감소하기 시작해 1995년 1만6034명, 1999년 1만2840명으로 저점을 찍었다가 2000년 1만5829명으로 다시 늘었다.

자료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대부분 연령층의 이민이 감소했지만 유독 40대의 이민은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30, 40대가 전체 이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후반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0년에는 전체의 38.2%를 차지했다.

외교통상부 자료에도 이 같은 추세가 최근까지 이어져 지난해 전 세계로 이민을 간 한국인 중 30, 40대가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학력과 직종면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국내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고학력 인재들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졌다.

미국 이민의 경우 주부 학생 실업자를 제외한 경제활동인구 중 이공계 전문직 등 ‘화이트칼라’에 해당하는 비율이 1995년 59.8%에서 2000년 67.9%로 계속 높아졌다.

또 퇴직과 실업, 또는 직업미상으로 분류된 이민자는 1997년 26%에 불과했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높아져 2000년에는 40%에 달했다.

반면 한때 경제활동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단순노무직은 1995년 19.7%에서 2000년 12.8%로 감소했다.

캐나다의 경우도 엔지니어 등 이공계 출신의 전문인력 이민이 1990년 3명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2000년에 각각 376명, 691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 시중은행 이민상담 담당자는 “40대의 경우 자녀 교육문제와 암울한 국내 현실을 비관해 이민을 택하는 퇴직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 30대의 경우는 외환위기 이후 전 사회에 걸쳐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윗세대들이 명예퇴직이나 조기정년을 맞는 것을 보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기 때문에 이민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尹麟鎭) 교수는 “핵심 경제활동 인력이 많이 빠져나간 것은 각국이 전문성을 가진 젊은 연령층의 이민자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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