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고 떠납니다” 언더우드家 마지막 선물

  • 입력 2004년 8월 23일 2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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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모든 것을 남기고 떠납니다.”

연세대 설립자이자 국내 최초의 기독교 선교사로 한국 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남긴 미국 언더우드가(家)가 그동안 수집한 한국 관련 자료를 모두 연세대에 기증했다.

원한광(元漢光·61) 박사는 23일 “아버지 원일한(元一漢) 박사가 남긴 편지, 설교문 등 유품과 책자들을 7월 모두 연세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원한광 박사는 11월 말경 한국을 떠나 자녀들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정착할 예정이다.

원한광 박사가 기증한 물품에는 1881년 프랑스 신부들이 프랑스어로 출간한 ‘한국어문법(Grammaire Conreenne)’, 헐버트 선교사가 1906년 저술한 ‘대한제국멸망사(The Passing of Korea)’ 영문본 등 1500여권의 한국 현대사 관련 도서도 포함됐다.

또 설교문과 논문, 편지 등 42박스 분량의 자료도 기증했다. 이 자료에는 원일한 박사가 연세대 재단이사 재직 시절에 미국 정부와 대학, 장학재단 등과 주고받은 편지를 비롯해 언더우드 가문 관련 자료와 설교문, 논문 등이 담겨 있다.

이는 6·25전쟁 이후 연세대 상황뿐 아니라 한국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한광 박사는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이 모든 자료를 대학에 기증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했다”며 “기증된 물품은 50여년간 연세대의 국제관계사를 총정리하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한광 박사가 올해 1월 기증해 이 대학 재단사무처에서 보관 중인 신라시대 토기는 곧 대학 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끝없는 한국 연구와 왕성한 사회 활동으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원일한 박사는 그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과 인촌문화상, 제1회 한미우호협회상 등을 받은 바 있다.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원한광 박사의 기증에 대해 “언더우드가의 끝없는 한국사랑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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