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學’ 첫박사 주선희씨 “얼굴 인상은 자기가 만드는 것”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55분


“자기 인상은 자기가 개척하는 것입니다. 인상학은 결코 운명론이 아닙니다.”

‘인상연구가’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갖고 있는 주선희씨(45·여·사진)는 ‘인상학(人相學)’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이렇게 정리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주씨는 이번 학기에 ‘동서양 인상학 연구의 비교와 인상관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이라는 주제의 논문이 통과돼 25일 열리는 후기 졸업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 논문은 인상학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학위논문으로 이 대학에서 뽑는 인문사회계열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씨는 “잘못 알려진 인상학의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 사회학이라는 옷을 빌려 입었다”며 “논문 심사를 받을 때 어떤 교수들은 왜 사회학과에서 이런 논문을 쓰느냐고 지적했지만 결국 ‘우리가 하려는 얘기를 사회학을 통해 하고 있다’며 인정했다”고 소개했다.

주씨는 어렸을 때부터 인상학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조선조 천체관측과 역학을 관장하던 관상감(觀象監)의 후손인 부친에게서 인상학을 배운 그는 삼성그룹 사장단을 비롯해 공무원 대학생 등을 상대로 1989년부터 인상학 강연을 해 왔다. 지금까지 강연 횟수만 1000번을 넘는다.

그가 뒤늦게 만학의 길을 택한 것은 인상학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임을 알리고 싶어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히포크라테스로 대표되는 서양의 인상학이 분석적이고 통계에 의존하는 데 비해 이제마와 달마의 동양 인상학은 직관적”이라며 “하지만 귀천(貴賤)보다 품성을 중시하는 동양의 학문이 더 인간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의 경우 광대뼈가 나오고 눈이 큰 ‘과부상’이 예전에는 남편을 억압하는 인상으로 여겨졌지만 현대에 와서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처럼 커리어 우먼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등 시대에 따라 인상관도 달라진다는 것.

한편 주씨는 인상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등 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씨는 “인상은 결국 사회적인 모습이 개인에 투영되는 것”이라며 “인상학이 발전하려면 제도권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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