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비자금조성 官界로비”… 前대표 “20억 챙겨”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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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약 전 대표 김모씨와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 직원 등 10명은 23일 “A제약이 20년간 알부민 순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취득한 부당이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A제약 전현직 대표 등 간부 1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씨는 또 “A제약은 비자금 중 일부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적십자사 간부 및 직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제약은 알부민 순도가 90%만 넘으면 된다는 규정을 악용해 ‘물 타기 방식’으로 순도를 낮췄다”며 “알부민 순도를 낮춰서 추가로 알부민 제제를 만들었고 그렇게 얻은 이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알부민 성분 20g이 함유된 100mL 알부민 혈액제의 경우 알부민 성분이 90% 이상만 들어가면 되는 규정을 악용해 알부민 18g만 넣었다는 것.

1999년 1월부터 2000년 5월까지 A제약 대표를 지낸 김씨는 “A제약과 다른 업체 등 2곳만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알부민을 공급받았기 때문에 알부민 주사제 시장은 20여년 동안 두 업체의 독과점 체제였다”며 “A제약은 1998년 기준으로 알부민으로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중 120억원이 순이익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적십자사 직원으로부터 관련 제보를 접수한 서울남부지검은 20일 김씨와 적십자사 직원 이모씨를 소환하는 등 제보에 대한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신동희(申東熙) 차장은 23일 “적십자사가 제공하는 혈액으로 알부민 제제를 생산하는 A제약이 해마다 2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적십자사와 복지부 고위 간부에게 뇌물로 제공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현재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제약측은 “김씨가 배임과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등 불미스럽게 회사를 떠난 뒤 회사를 음해하고 있다”며 “순도를 낮추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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