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71세에 인하대 경영학박사 이병구씨

  • 입력 2004년 8월 22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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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열정은 나이라는 장벽을 뛰어넘더군요.”

칠순을 넘긴 나이에, 젊은 수재들도 평균 4∼5년 걸리는 인문계열 박사학위를 3년 만에 취득한 의지의 노학생(老學生)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24일 인하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 이병구씨(71·구일목재 회장).

그는 2001년 우연히 인하대를 찾아갔다가, 20여년전 경영대학원에 다닐 때 지도 교수였던 이경환교수(55·경영학과)로 부터 박사학위에 도전해 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칠순이 내일 모레인데 무슨 박사학위입니까. 주위에서 웃습니다”며 웃어 넘겼다. 그런데 그후 문득 문득, 젊은 시절 어렵게 공부한 기억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번 도전해 보자’는 의욕이 샘솟았다. 주변에선 “나이들면 머리가 다 굳어서 힘들다”며 만류했지만 “노인네 소리 듣지 않도록 당당히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이후 3년간의 박사 과정 수업에 단 한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

영어 원어 강의때는 교수에게 “다시 한번만 설명해 달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출가한 딸과 아들을 불러 영어 공부를 다시 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책과 씨름했다.

함께 공부한 윤재동씨(28·인하대 경영학과 박사과정)는 “이 선배는 수업은 물론 세미나, 수련회 등 학교행사에 한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동료 학생들과의 화합에도 힘썼다”고 말했다.

이씨의 인생에 있어 배움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했다. 그는 고등학교부터 대학, 석사에 이르기까지 낮에 학교에 다녀 본 적이 없다. 낮에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

가정형편상 고교 진학을 포기한채 인천항에서 노동을 하던 그는 공부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야간 전수고등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교육부인가를 받지 않아 학력인정이 되지 않자 다시 상업고교 야간에 뒤늦게 입학해 졸업했다.

이어 1958년 성균관대 상학과 야간과정에 입학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졸업장을 받은 그는 그해 7월 동양목재공업㈜ 공채1기로 입사해 대표이사, 회장까지 지냈다.

1981년 인하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 다니면서 부터는 ‘여유가 있을 때 예전의 나처럼 어려운 처지의 학생을 돕자’고 마음 먹고 매년 사재를 털어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씨는 21일 기자와 만나 “젊은 학생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교수님들이 논문을 통과시켜준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공부한 학생들은 “이선배는 젊은 학생들 보다 오히려 더 뜨거운 열정과 성실성으로 박사과정에 임했다”며 “주변 학생들도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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