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판사’ 조무제 대법관 퇴임식

  • 입력 2004년 8월 17일 19시 07분


‘청빈 법관’으로 불린 조무제 대법관이 17일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읽고 있다.-권주훈기자
‘청빈 법관’으로 불린 조무제 대법관이 17일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읽고 있다.-권주훈기자
“보편성을 잃은 주장이라면 법관은 아무리 목청 높게 눈앞에 다가서는 여론이라 할지라도 그로부터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

‘딸깍발이 판사’로 불리며 후배 판사들에게서 ‘청렴’의 사표(師表)로 존경을 받아온 조무제(趙武濟) 대법관이 17일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34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났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론으로부터의 사법부 독립’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다,

조 전 대법관은 “법관은 재판을 할 때 외부 상황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해관계에 얽힌 주변으로부터 초연하려면 고독함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법관은 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 전 대법관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는 법질서 존중 의식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것은 보편적 사고에 의한 판단과 실천이 이뤄지지 못하고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장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보다 차원 높은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신념을 갖고 외형적 변화에 결코 흔들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재판 업무에 전념해 달라”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조 전 대법관은 1998년 대법관 취임 때 재산신고 총액이 7000여만원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청빈 법관’으로 불렸다.

1970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해 창원지법원장과 부산지법원장을 지내기까지 줄곧 향토 법관으로 일해 온 그는 대법관 퇴임 후에도 변호사 개업 대신 모교인 동아대 법대에서 석좌교수로 강단에 설 계획이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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