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8월 17일 18시 5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근에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대학’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그 인기의 기준이 재미있다. 도시생활을 좋아하는 학생은 뉴욕대, 전원생활을 즐기는 학생은 코넬대,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은 버지니아대, 서핑과 수상스키 마니아인 학생은 캘리포니아대, 도서관의 책벌레들은 하버드대, 졸업 후 취직 걱정이 많은 학생은 카네기멜런대… 이런 식이다. 1500여개에 이른다는 미국 대학의 다양성을 보는 것 같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대학들은 천편일률 그 자체다. 엇비슷한 캠퍼스에 고만고만한 교과목들, 나름의 전통과 개성은 몇몇 유서 깊은 대학에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하기는 대학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입시성적뿐인 이 나라에서 학교별로 특징을 추구하는 일은 이제껏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돼 왔는지 모른다. 그나마 공부라도 제대로 가르쳤으면 좋으련만 많은 학생에게 대입(大入)은 ‘고생 끝’과 동의어가 돼버린 지 오래다.
▷미국에선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집을 떠나는 게 일반화돼 있다. 저학년생들은 다른 지역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독립심을 키운다. 학업과 여가생활이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기에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물론 대학도 더 좋은 학생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반면 오랜 세월 서열이 고착화된 한국의 대학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는? 몰(沒)개성의 미래세대를 양산하는 구조, 졸업 후에도 부모에게 기대 사는 ‘캥거루족(族)’을 양산하는 구조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