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美 심리학자 페니베이커 교수 대구대 초청강연

  • 입력 2004년 8월 15일 2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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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우면 글을 써보세요.”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페니베이커 교수(미국 텍사스대·54)는 13일 대구대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경우 이를 회피하기 보다 글쓰기를 해보면 놀랄 만한 효과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직장에서 해고되는 경우 등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자기의 심정을 글쓰기로 털어놓으면 정신건강뿐 아니라 육체건강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괴로운 감정을 방치하면 이를 억누르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결과적으로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대체로 남성보다 여성이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도 여성들이 감정을 속으로 삭히지 않고 말로써 풀어버리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해고된 뒤 글쓰기로 자기의 마음을 추스린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3배가량 쉽게 일자리를 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면접과정에서 분노가 덜 전달돼 채용되는 데 좋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라는 것.

페니베이커 교수가 일종의 심리치료로 글쓰기를 강조하는 까닭은 괴로운 심정을 ‘천천히’ 돌아보고 정리하는 데 무엇보다 효과적이기 때문. 자신이 겪은 좋지 않은 경험과 느낌을 조금씩 써보면 복잡한 심정을 스스로 이해하면서 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페니베이커 교수가 권장하는 글쓰기는 주변의 조용한 곳을 찾아 15∼30분 정도 써보라는 것. 5일 정도만 계속해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했다.

매끄러운 문장을 쓰겠다는 생각은 필요 없고 다만 화가 나거나 분통이 터지는 일, 억울한 심정 등을 솔직하게 써보라는 것.

그는 “많은 성인들이 정신적 상처를 털어버리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며 “글 속에 괴로움을 털어버리는 방법은 비교적 쉽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상처와 신체 건강에 관한 권위자인 그는 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국제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몇몇 대학에서 강연을 한 뒤 14일 돌아갔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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