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무료로 점포 빌려드립니다” 청주 서문시장 상가번영회

  • 입력 2004년 8월 12일 2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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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실한 마음가짐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무료로 점포를 빌려드립니다.”

충북 청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상당구 서문시장 상가번영회 윤태도(尹泰道·57) 회장은 요즘 지역 케이블TV 등을 통해 소개된 ‘무료 임대’ 소식을 듣고 사무실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느라 정신이 없다.

경기 불황과 내수 부진으로 월세조차 내기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점포를 무료로 임대해주는 것은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윤 회장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서문시장은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청주의 1호시장.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평일이나 주말 가릴 것 없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곳 상인들의 상당수가 ‘청주의 손꼽히는 부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지만 불과 10여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청주에 대형 할인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용객이 점차 줄기 시작하더니 2년 전에 외국계 대형 할인매장이 코앞에 들어서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150여개 점포 중 현재 30곳이 비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날 정도였습니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윤 회장은 건물주를 설득해 점포 무료임대를 하기로 결정했다.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2개 점포는 주인을 찾았다.

10일 오후 이곳을 찾은 하순남씨(58)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몇 달 전 10여년간 하던 식당을 닫았는데 점포를 무료로 빌려준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며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점포 무료임대는 재래시장도 살리고 능력은 있지만 돈이 없는 자영업자를 돕는 윈-윈 전략”이라고 말했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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