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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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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도 없이 무턱대고 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빨리 나가세요.”
4일 밤 전남 순천대 체육관 앞에서는 이 학교 교직원들과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학교측은 노조 간부들이 “하룻밤만 신세를 지겠다”며 통사정하자 어쩔 수 없이 체육관을 내줬다. 다음날 오전 10시 노조원들이 버스 15대에 나눠 타고 학교를 빠져나가자 교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파업 19일째인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이 대학에서 ‘불청객’ 취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전남 여수공장을 빠져나온 노조원들은 전국을 떠돌다 지난달 30일 광주 조선대에 집결했다. 노조는 이곳에서 장기 농성에 들어갈 태세였다.
하지만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에 “휴양지에 놀러 왔느냐” “면학 분위기를 해치지 말고 나가라”는 학생들의 비난이 잇따르자 지도부는 난감했다.
학교측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 경우 단전 단수 조치와 함께 경찰병력 투입을 요청하겠다”며 퇴거를 요청하자 노조는 6일 만인 4일 밤 이곳에서 철수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노조가 전남대 전북대 여수대 창원대 등에 집회장소 제공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며 “대학들이 노조 때문에 강성으로 비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 김선일씨 참수를 빗댄 퍼포먼스 파문은 노조에 결정적인 타격이었다. 노조는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죄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노조에 동조해 오던 일부 네티즌도 등을 돌렸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도 노조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는 회사가 최종 업무복귀 시한으로 정한 6일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갖기로 했다.
투자자인 칼텍스사에 대한 항의표시라고 하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칼텍스사는 50% 지분만 있을 뿐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노조가 방향타마저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정승호 사회2부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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