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갤러리’…박국신씨 매장에 자신그림 걸며 전시

  • 입력 2004년 7월 26일 19시 01분


‘정육점 갤러리’가 등장해 화제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2동 진명정육점 한쪽에는 주인 박국신(朴國信·41·사진)씨가 그린 작품 10여점이 전시돼 있어 손님과 행인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3년 전부터 자신의 생계 터전에 그림을 걸기 시작한 박씨는 “처음에는 정육점에 웬 그림이냐며 낯설어 했지만 이제는 그림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화가의 꿈을 키워갔지만 생계를 위해 1998년 정육점을 시작하면서 붓을 놓아야 했다.

그러다 3년 전 정육점 한쪽을 작업공간으로 꾸미고 붓과 물감을 다시 잡았다. 그의 그림은 소나무를 주제로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경기문화재단에 지원을 요청하고 전시공간도 알선해 주고 있지만 그는 정육점 갤러리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이웃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잖아요. 보시는 분들이 마음까지 편하다고 하니까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을 것 같아요.”

박씨는 “그림 그릴 시간이 많으면 장사가 안 되니까 걱정이고 장사가 잘되면 그림 그릴 새가 없어 걱정”이라면서도 “생활 속에서 꿈을 키워가는 게 인생인 것 같고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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