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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8일 2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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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체불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근무하는 회사가 어딘가요?”(변호사)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이국성(43), 황석광 변호사(38)는 인천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도우미’로 통한다.
억울한 사정이 있어 남동구 구월1동 ‘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를 찾는 외국인 근로자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
두 변호사가 외국인 근로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 인권센터 양혜우 소장(38·여)이 ‘인천의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권 침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하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은 현재 인천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3만1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당하는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을 비롯해 각종 사건, 사고와 관련한 법률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한달 평균 20여건을 상담해 지금까지 800여건의 불이익 사례를 접수했으며 이 중 300여건을 해결했다.
그러나 행정기관에 민원을 내거나 노동사무소 등에 고발해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개인 비용을 들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뒤 직접 소송을 대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문을 듣고 경기와 강원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찾아오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했지만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부당한 피해를 당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사회에는 아직 너무 많아요.”
지난해 6월에는 택시강도로 몰려 경기 화성시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파키스탄인 자파르(34)와 모하메드씨(33)의 한 친구가 황 변호사를 찾아왔다.
‘저 사람이 맞는 것 같다’는 택시기사의 한 마디에 아무런 죄도 없는 두 친구가 강도 누명을 쓰게 됐다는 주장이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와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알아본 결과 담당형사가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해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황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황 변호사는 경찰의 근거 없는 임의동행, 인종차별적 편견을 갖고 정황만으로 혐의를 인정한 뒤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졸속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결국 두 외국인 근로자는 같은 해 9월 풀려났고 검찰은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들 변호사는 9월 인천 서구 가좌동으로 옮길 인권센터에 교육 문화시설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느라 요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인권센터와 함께 그동안의 상담 사례와 해결 과정, 정책대안 등을 담은 가칭 ‘외국인 근로자 인권침해 백서’를 내년에 발간할 계획이다.
황 변호사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 대한 정부의 강제 추방정책이 시작된 뒤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현실에 맞게 제도를 고쳐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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