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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6일 2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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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인천 서구 원당지구 내 금호아파트에 입주한 김상길씨(43)는 서울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분양 당시 인천시가 아파트 입구에서 김포시계를 잇는 왕복 8차로를 2003년까지 완공하기 때문에 김포시청까지 5분이면 충분하다는 시공사의 설명과는 달리 기존 농로에 아스팔트를 포장한 2차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왕복 8차로 도로는 아직 개설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김포시청까지는 차량이 밀려 30분이 넘게 걸린다. 또 골재 등을 잔뜩 실은 대형 덤프트럭이 수시로 다니는가 하면 움푹 팬 곳이 많아 사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어도 김포 방면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없다”며 “올해 말까지 50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하면 교통대란이 빚어지지 않을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검단지역에 들어설 도로와 학교 등은 토지 보상이 지연됨에 따라 구획정리사업이 마무리되는 2006년까지 완공되기 힘들 전망이다.
▽개발 현황=인천시는 2000년 5월 사업시행 조례를 만든 뒤 건설교통부의 인가를 받아 146만평 부지에 검단지역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착수했다. 검단1 검단2 당하 원당 마전 불로 오류 등 7개 지구에는 2006년까지 4만1514가구의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이 들어선다.
이에 따라 검단지역의 인구는 1995년 경기 김포군에서 인천시로 편입될 당시 2만1500여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6만여명으로 증가한데 이어 사업이 끝나는 2006년이면 2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엉터리 행정=인천시는 사업에 착수한 뒤 당시 대부분 논이나 밭이었던 검단지역에 아파트 사업 승인을 마구잡이로 내 줬다. 그러나 도시기반시설이 들어설 부지 매입을 차일피일 미루며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
건설사들은 분양 당시 ‘검단지역이 교육시설이 확보된 사통팔달의 교통도시’라며 12개 도로와 13개 초중고교가 대부분 올해 완공되거나 착공할 예정이라고 선전했었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 1곳만이 개교했을 뿐이다.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99년 착공해 지난해까지 완공할 예정이었던 검단하수종말처리장 건설사업은 사업자를 조기에 선정하지 못해 완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6월 합동감사를 통해 입주 전에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하지 못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체 오수 및 하수처리시설을 갖춘 아파트 외에 병원이나 상가 등 다른 건축물에 대해서는 일절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주민 반발=원당지구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해부터 인천시에 기반시설 건립 지연에 따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민원을 수없이 제기해왔다. 통행에 필요한 도로와 학교만큼은 입주 전에 완공해 달라는 것.
그러나 시는 토지 보상이 어렵고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며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급기야 원당지구 금호, LG 아파트 주민들이 인천시 등을 상대로 도시기반시설 건립 지연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24일 냈다. LG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유상민 회장(46)은 “도로와 학교는 물론 병원, 상가 등이 하나도 없어 사람이 살 수 있는 동네가 아니다”며 “인천시의 엉터리 행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구획정리사업▼
택지(宅地)의 이용률을 높이고 공공시설을 정비하기 위해 토지의 경계를 그어 나누거나 형질 변경 등을 통해 균형적인 개발을 도모하는 도시계획사업. 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이 건설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시행해 왔다.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의 과반수나 토지 면적의 3분의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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