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도 남편 이혼할 자격없다"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07분


20여년간 상습적인 외도로 가정을 파탄시킨 남편이 아내의 이혼소송에 대응해 맞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25일 아내의 손을 들어 줬다.

A씨(46·여)가 남편 B씨(56)와 결혼한 것은 74년. 그러나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은 결혼 직후부터 시작된 남편의 외도로 순탄치 못했다. 남편은 78년 J씨와 불륜관계를 맺어 여성이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했으며 85년에는 또 다른 여성과 2년간 의심스러운 관계를 지속했다.

남편의 외도가 본격화된 것은 93년. 남편은 유부녀인 Y씨와 불륜관계를 가지다 Y씨의 남편에게 발각되기도 했으나 A씨는 '다시는 Y씨를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대신 남편을 용서했다.

그러나 97년경 Y씨가 남편에게서 이혼을 당하자 B씨는 본격적으로 Y씨와 불륜관계를 맺으면서 98년 12월 딸을 낳았다. 남편은 아예 Y씨 집으로 들어가 동거하면서 A씨에게는 생활비도 주지 않았다.

참다못한 A씨는 2002년 1월 이혼소송과 함께 남편 B씨와 동거녀 Y씨를 간통 혐의로 고소했고 지난해 10월 남편은 징역 6월의 실형을, Y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남편 B씨는 간통 고소 사건이 진행되던 2002년 3월 "아내의 의심과 냉대로 가정이 깨졌다"며 이혼 맞소송을 냈다.

그러나 간통죄 형이 확정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A씨가 이혼소송을 취하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남편 B씨는 "원고가 소를 취하하더라도 피고가 동의하지 않으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 만큼 이혼소송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이강원·李康源)는 "부인 B씨는 집을 나가 Y씨와 동거한 남편에게 가정으로 돌아올 기회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이혼소송을 낸 점이 인정된다"며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남편이 이혼을 원하더라도 아내가 진정으로 이혼을 원하지 않을 경우 부인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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