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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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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첫 원내진출 의미 새겨야▼
축제 분위기 속에 치러진 1일 노동절 행사에서 민주노총의 이수호 위원장은 이라크 파병 철회, 비정규직 차별 철폐,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구조조정 중단, 주5일 근무제 전면실시 등을 핵심 투쟁목표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6월 16일 시기집중투쟁’, ‘6월 30일 총력집중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결의를 촉구했다.
이러한 투쟁 목표와 방침이 과연 민주노총이 언명한 대로 ‘국민의 이해와 동참’의 바탕 위에서 ‘더불어 같이 번영하는 아름다운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역사적 투쟁’으로 전개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대기업과 정규직 중심의 분권화된 조직구조, 그리고 2001년 현재 11.8%로 저하된 낮은 노조 조직률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한국의 노동운동은 이른바 ‘대표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른바 ‘정상조직’으로서 지금까지 얼마나 대표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성찰적 노력을 기울여 왔느냐는 점이다.
여러 가지 제약은 있지만 노사정위원회가 법적인 상설기구이자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서 제도화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국회에 친노동자 정당이 없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논의해봐야 노동관련 입법 내지 정책이 결국 친사용자적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지금껏 사회적 대화를 기피해 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원내 제3당으로서의 위치를 다진 지금 그러한 명분은 더 이상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민주노총이 종래와 같이 사회적 대화를 기피하고 물리력을 앞세워 대중 동원형의 ‘항의의 정치’를 고집한다면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갖는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될뿐더러 여론의 비난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거의 연례적인 총파업전술 또한 조직의 응집력과 정체성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스스로 제기하고 있듯이 지금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유지하고 또 만들어 나갈 것인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배분구조의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급격히 확대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어떻게 방지하고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정비해 나갈 것인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상황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복지사회를 실현해 나갈 것인가.
▼‘리더십’ 그 어느 때보다 절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은 노조가 이렇다 할 대안 제시도 없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가두에서 또 개별사업장별로 이른바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서 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같이 국가 차원에서 노사정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과제들인 것이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은 개별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전체사회의 이익 증대에 기여한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가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사회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사회이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짐승의 탈을 쓴 자본주의 사회는 아닐 것이다.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을 이루는 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우리 노사관계가 발전할 수 있게끔 민주노총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 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노동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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