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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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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내신 산출 방식=서울대는 일반 교과에 석차백분율을 적용해 0∼10%(1등급)에 5점, 10.01∼30%(2등급)에 4점, 30.01∼70%(3등급)에 3점, 70.01∼90%(4등급)에 2점, 90.01∼100%(5등급)에 1점을 줘 여러 교과 점수의 평균점을 기준으로 내신 성적을 산출한다.
서울대 2004학년도 정시모집 지원자의 학생부 교과목 성적을 이 같은 방식으로 산출하면 인문계는 1.25∼5.00점, 자연계는 2.07∼4.98점의 분포를 보인다. 자연계와 인문계 모두 평균 점수는 4.27점이었고 자연계에는 5점 만점자가 없었다.
서울대는 2005학년도부터 예체능 과목에서 ‘미’ 이하의 평어(수우미양가)를 받은 지원자의 내신 성적을 산출할 때 다른 교과의 총점(교과별 등급 점수×이수단위)에서 해당 평어의 점수만큼 감점한 뒤 평균점을 내게 된다.
이런 방식이라면 고교 과목별 총점이 150점을 훨씬 넘기 때문에 예체능 교과에서 설혹 ‘미’를 받더라도 내신 성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대학입시 전문가인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지난해 서울대 정시모집 내신에서 예체능 교과의 비중은 약 13%였다”면서 “올해는 예체능 교과의 비중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왜 바꿨나=서울대는 고교 예체능 수업이 점수 위주로 파행 운영돼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산출방식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예체능 교과의 영향력을 크게 낮춤으로써 예체능 내신을 잘 받기 위해 별도 과외를 받는 등 과도한 예체능 사교육 열기를 잠재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예체능 교과의 점수가 낮다고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실시한 사교육 실태조사에서 예체능이 전체 사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초등학생 51.5%, 중학생 9.1%, 실업계 고교생 17.1%, 일반 고교생 9.8% 등이었다.
▽영향과 파장=서울대의 지난해 자연계 지원자 가운데 내신 성적 만점자는 단 1명도 없었지만 예체능 교과의 점수가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올해부터 자연계에서 내신 성적 만점자가 나올 수도 있다.
고려대 연세대 등 많은 대학들이 이미 평어로 내신 성적을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도 예체능 교과에 한해 평어를 반영하게 됨에 따라 예체능 교과목이 대학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저히 낮아지게 됐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 등이 예체능 교과에 대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이들 교과의 내신 평가를 평어가 아닌 ‘통과 또는 미통과(Pass or Fail)’로 바꾸자는 제안을 한 이후 별 진척이 없었던 평가방식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예체능 교사들 반발=예체능 교사들은 “서울대의 전형 방식에 따른 영향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예체능 교육이 파행으로 흐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음악교사모임 송철식 회장은 “최근 예체능 교과를 홀대하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면서 “서울대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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