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선생님들이 띄운 ‘작은 사랑’

  • 입력 2004년 4월 23일 19시 01분


“식당 입구에 다음과 같은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헌혈증 한 장이면 5000원짜리 설렁탕이 공짜!’ 주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내 친구 딸이 백혈병에 걸렸는데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어.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

경북 김천의 아포초등학교 이익주(李益柱·55·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교장은 23일 경북도교육청 홈페이지 ‘선생님이 보내는 사랑의 e-아침편지’ 코너에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짧은 글을 올렸다.

이 교장은 학생들에게 헌혈의 중요성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 이 같은 내용을 직접 올렸다. 그는 “그동안 4편을 올렸는데 좋은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오히려 나에게 더 공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이 지난달부터 초등학생의 인성교육을 위해 인터넷에 마련한 이 프로그램이 ‘시끌벅적한’ 인터넷에 모처럼 잔잔한 감동을 솟아나게 하고 있다.

경주 양남초등학교 손기원 선생님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는’이라는 글에서 자녀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아버지의 마음을 보여줘 네티즌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손 선생님은 ‘좋은 아버지의 조건’으로 자녀 공책 들여다보기, 늘 곁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기, 일주일에 한번은 자녀와 특별한 시간 갖기 등 20가지를 제시했다.

의성초등학교 권영호 교감은 새 학기를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새로운 아이들’이라는 시를 올렸고, 청도 동곡초등학교 김한성 교장은 ‘병아리와 계란프라이’라는 제목의 가르침을 띄웠다.

이 편지는 글솜씨가 있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15명의 선생님들이 맡아 작성하고 있다. 10줄 안팎의 짧은 글이라 쉽게 읽을 수 있는 데다 음악과 그림이 배경으로 나와 감상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초등학생의 아버지인 조양호씨(42·포항시 북구 용흥동)는 “‘아빠의 얼굴’이라는 동요가 흐르는 가운데 ‘세상 아버지는’ 편지를 아이와 함께 읽었다”며 “아버지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도내 학교에서는 아침 수업시작 전에 교실에서 이 편지를 5분 동안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초등교육과 김상수(金相洙) 장학관은 “학생들이 고운 마음씨를 가꾸는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뜻에서 마련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e-아침편지가 선생님과 학생, 가정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54편의 편지가 올랐으며 2만여 명이 감상했다. 도교육청은 e-아침편지 가운데 좋은 내용을 뽑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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