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처리장 유치 신청여부 전국 첫 주민투표로 결정

  • 입력 2004년 4월 2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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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오산면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시가 건설하려는 쓰레기처리장 유치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혐오시설로 인식된 쓰레기처리장 유치를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익산시 오산면의 송학 장신 영만 등 7개 마을 주민들은 21일 쓰레기처리장 유치 신청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해 과반수의 찬성으로 유치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날 투표에는 20세 이상 주민의 35%인 1729명이 참가했다.

개표 직후 유치 반대측이 찬성표가 많은 것을 확인하고 “투표 결과에 따라 주민들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구체적 찬반 수치는 공개하지 말자”고 제안해 받아들여졌다.

익산시가 올해 초 쓰레기처리장을 건설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오산면 주민들도 다른 지역처럼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익산시는 지역개발 약속과 함께 주민들을 경기 구리시와 파주시의 소각장 견학을 시켰고 일부 주민들이 유치에 찬성하면서 반대측이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최기천(崔基天·65) 유치추진위원장은 “1970년대 초 오산면을 당시 이리시에 편입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좌절된 뒤 낙후지역으로 뒤처지게 됐다”며 “주민들이 쓰레기처리장 유치를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대측인 이모씨는 “투표 결과는 인정하지만 노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결정이어서 아직 갈등의 소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오산면 주민들은 이번 투표 결과를 토대로 서명을 받아 이달 안에 익산시에 쓰레기처리장 유치 신청을 낼 계획이다.

익산시는 2007년까지 하루 200t의 생활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소각시설 2기와 소각 잔재물을 묻을 10만m²의 매립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다음달 12일까지 후보지를 공개 모집 중이다.

시는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면 관련법에 따라 그 주변 마을에 주민지원기금 30억원, 지역개발사업비 100억원 등 130억원을 지원해줄 방침이다.

익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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