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제비, 삼각지에 돌아오다

  • 입력 2004년 4월 16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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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보기 힘들어진 제비가 용산구 삼각지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를 히트시켰던 가수 배호(1942~1971)의 이름을 딴 한강로 1가 '배호로(路)' 인근 골목시장의 한 2층집 처마 밑에는 제비 둥지 4개가 나란히 마련돼 있다. 제비집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

이 중 3곳에 제비 6마리가 부지런히 옛 집을 수리하고 있고 한 제비 부부는 벌써 알까지 낳았다.

이곳에서 20년 동안 옷가게를 운영 중인 엄미자씨(51)는 "보통 4월에 삼각지를 찾아오던 제비들이 올해는 한달정도 일찍 왔다"며 "7년 넘게 제비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가족 같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비들이 이 곳에 둥지를 마련하는 것은 주변에 전쟁기념관 저수지 등에서 파리 잠자리 등 먹이를 구하기 쉽기 때문.

김성만 한국조류보호협회 회장은 "제비는 10여 년 전부터 서울에 고층건물이 서고 공해가 증가하면서 개체가 줄어들어 경기 일산 등에 나가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삼각지의 경우 녹지공간이 인접해 제비들이 군락을 이뤄 생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새로 알려진 제비는 4월 초 한국을 찾아와 10월 경 동남아시아로 떠난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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