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골프준비 과로사” 국가상대 손배소

  • 입력 2004년 2월 20일 18시 49분


지난해 8월 근무 중 숨진 충남 계룡시 3군 본부(계룡대) 체력단련장 직원 성모씨(당시 34세)의 아내 손모씨(34)가 20일 “남편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휴가 골프 준비를 하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숨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9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손씨는 소장을 통해 “남편이 지난해 7월 22일 관리소장에게서 ‘대통령이 8월 3∼6일 우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게 됐으니 휴가(8월 4∼7일)를 보류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그날부터 20일간 매일 18시간 이상 비상근무를 하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뒤 9일 숨졌다”고 주장했다.

성씨는 2002년 4월 계룡대 임시직원으로 채용돼 체력단련장 라커룸의 목욕실을 청소하는 일을 맡아 왔으며 하루 평균 13∼14시간, 주말과 휴일은 17시간가량 일했다.

손씨는 평소 건강했던 성씨가 건양대병원 검안에서 ‘사인 미상’이라는 판정을 받아 골프장측과 검찰 및 경찰에 부검을 의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휘 검사에게서 ‘유족이 타살 혐의가 없음을 인정하고 부검을 원하지 않으니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라’는 지휘를 받아 부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골프장 관계자는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정상 근무 이외에 추가 근무를 시킨 적은 없으며 성씨가 격무를 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손씨는 근로복지재단과 계룡대측으로부터 유족보상금으로 6700여만원을 받은 뒤 청와대에 진정을 냈으나 별다른 회신이 없자 소송을 냈다.

소송을 맡은 정용환 변호사는 “성씨가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으로 평소보다 격무에 시달려 과로로 숨진 것 같다”며 “소송 과정에서 이를 입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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