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교육 잡자고 교육개혁 외면하나

  • 입력 2004년 2월 17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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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내놓은 사교육 대책의 큰 축은 대학입시를 내신 위주로 바꾸는 것과 특목고를 정상화하는 방안 두 가지다. 역대 정권들은 입시제도를 바꿔 사교육을 잡는 방법을 시도했으나 매번 실패했다. 오늘날 공교육의 부끄러운 위상이 나타내듯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현실은 오히려 악화되었을 따름이다. 참여정부가 똑같은 카드를 꺼내들고 나온 것은 방향 설정부터 잘못된 것이다.

대학이 고교 내신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전국 고교의 학력수준이 천차만별인 데다 ‘내신 부풀리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이런 불공정한 잣대로 입시를 치르라고 대학측에 요구하는 것은 입시과열을 진정시키기는커녕 혼란을 부채질할 우려가 높다. 입시 전형방식까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간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목고 정상화 방안은 무엇보다 특목고 진학 열기를 차단하려는 의도다. 특목고 입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준의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보고 특목고 입시와 운영에 수술의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하향평준화를 불러온 고교평준화 정책은 하루빨리 보완되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교육부의 이번 방안대로라면 당장 특목고 진학 열기는 식겠지만 고교평준화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특목고를 당초 설립취지대로 되돌리려면 정부는 자립형사립고 확대 등 다른 평준화 보완책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이번 대책은 사교육비 줄이기에 급급한 나머지 엘리트교육을 도외시하고 있다. 내신 위주의 전형은 우리 실정에서 우수학생을 선별하고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교평준화 보완책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아무리 사교육비 문제가 급하다고 해서 교육경쟁력과 21세기 인재양성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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