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협약안]민노총 빠진 ‘불안한 합의’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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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표가 밤샘 협상 끝에 8일 오전 2시 전격 합의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 기초안’은 55개 항목을 담고 있지만 핵심은 임금안정과 고용안정에 대한 노사간 약속이다.

경영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실현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주요 내용=노동계는 생산성 향상에 적극 협력하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향후 2년간 생산성 향상과 물가상승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금안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임금과 근로시간의 조정 등 기업 내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협력하고 생산시설 점거나 조업방해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경영정보 공개와 불법 정치자금 제공 금지 등을 통해 투명경영을 실천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확대에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한편 물가를 3% 수준에서 안정시키기로 했다.

▽의미=이번 합의는 노사정이 심각한 실업난 등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상호 신뢰에 기초해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기초안 마련 과정에서 보여준 타협 정신은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연구원 최영기(崔英起) 연구위원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일선 사업장까지 확산되면 일자리 만들기는 물론 협력하는 노사관계가 정착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사 반응과 전망=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은 “고용안정이 완전 보장된 것도 아니며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노조와 협의해 인원을 최소화하는 것은 이미 법으로 규정돼 있는 것”이라며 “생산성 향상 정도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정하는 것도 구체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용 창출을 위해 기업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고용 확대에 필수적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부분이 명확히 언급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노동계의 한 축으로 대기업 노조의 90%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빠져 있는 데다 한국노총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지 않으면 합의 무효를 선언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협약의 성공 여부는 노사정 합의정신이 현장에까지 확산될 수 있느냐와 실효성 있는 실천방안이 마련되느냐에 달렸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 관련 노사정 역할
구분주요 역할
노동계△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에 비해 임금이 높은 대기업에 대해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임금 및 근로시간 조정, 배치전환의 원활화 등 기업 내부의 노동시장 유연성 향상에 협력△작업장 혁신 및 품질 생산성 향상에 적극 협력△생산시설 점거, 조업방해 등 불법행위 금지
경영계△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인위적 고용조정 최대한 자제 및 노조와 성실한 협의를 통한 감원 최소화△대기업은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등 지원△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금지△경영정보의 공개, 불법 정치자금 금지 등 윤리경영, 투명경영 실천△임금 근로조건 교육 훈련 복지 등에 비정규직 차별 금지
정부△각종 규제 정비, 기업의 고용확대에 대한 세제 및 고용보험상 지원, 연구 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범위 확대△중소기업의 신규업종진출지원금 고용환경개선지원금 도입 및 전문 인력 채용시 장려금 지급△비정규직 근로자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 향상 방안 마련△물가를 3% 수준에서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 안정 및 사교육비 경감 노력△저소득근로자 소득향상 방안 마련△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임금채권보장제도 수혜대상의 단계적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충△사회적 일자리 및 공공부문 신규채용 확대
노사정 공통△노사는 근로시간 단축, 교대근무제 개편 등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에 노력하고 정부는 지원△기업은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고 정규직 채용시 비정규직 우선 채용, 노조는 비정규직을 배려하는 노동운동 전개, 정부는 비정규직의 불합 리한 차별시정을 위한 대책 및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개선안 마련△노사는 사업장 단위에서 정보 공유와 근로자 참여 활성화, 정부는 노사가 실시하는 노사관계 발전프로그램에 지원 확대△일자리 만들기 지역별 연대사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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