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자금 논란]姜의원-김기섭씨측, YS증인채택 舌戰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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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정리하셨습니까?”(재판부)

“예. 그 돈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것입니다.”(강삼재)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이 결국 입을 열었다. 지난 공판에서 ‘안풍’ 자금 출처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던 강 의원은 이날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그동안의 심경을 담담히 밝혔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날을 잠 못 이루면서 고민도 했습니다. 정치적 신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진실을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지만 국민과 역사를 배신할 순 없었습니다.”

강 의원은 “나 개인의 무죄판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날 국민이 정치권에 던지는 냉엄한 시선을 직시한 뒤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심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서가 아니라 신성한 법정에서 밝히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고백’은 10분여간 계속됐다. 강 의원은 모든 주장을 털어놓은 뒤 힘이 빠진 듯 고개를 떨어뜨렸으며 변호인의 질문에도 작은 목소리로 ‘예’ ‘아니요’라고만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도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강 의원측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강 의원의 변호인은 “강 의원이 진실을 고백한 이상 김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김 전 대통령은 증인이 아니라 피고인이 됐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김 전 차장의 변호인은 “김 전 차장이 자금의 출처나 최종목적지를 다음 공판에서 밝힐 테니 그때까지 증인채택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조정하기 위해 한 차례 휴정을 하기도 했다.

한편 공판이 시작되기 10분 전 자신이 강 의원의 의남매라고 주장하는 서모씨(50·여)가 법정에 미리 도착해 앉아 있던 강 의원에게 달려들어 뺨을 때려 강 의원의 안경이 벗겨지는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씨는 강 의원의 측근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갔으며 한동안 법정 밖에서 “철새 같은 X, 도둑X, 억울하다”고 큰소리를 치며 난동을 부렸다. 서씨의 이날 난동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강 의원은 1시간 반 동안의 공판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떠났으며 “홀가분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정 밖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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