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2000명이 먹을 떡국 한솥에 끓일 수 있죠"

  • 입력 2004년 2월 4일 22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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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1일 아침 경북 포항시 호미곶에서 열린 ‘한민족 해맞이 축전’ 행사장에서 일출을 감상한 2000여명의 관광객들은 따뜻한 떡국으로 출출한 뱃속을 달랬다. 이들이 동시에 떡국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가마솥 때문. 이 솥은 지름 3.3m, 깊이 1.5m, 둘레 10.5m, 무게 1.5t으로 성인 남자 10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이 가마솥은 포항에서 가까운 대구나 부산이 아닌 대전시의 조그만 철공소에서 제작됐다.

대전 동구 원동 경미공업사 김현용(金顯龍·58), 현팔(顯八·49)씨 형제가 바로 이 가마솥을 만든 주인공.

이들의 본업은 강철 원료의 온수탱크와 오일탱크를 만드는 것. 강철의 경우 압축과 휨을 가해주면 더욱 강해지는 원리를 이용해 단단한 탱크를 만드는 데 압축의 ‘정도(程度)’가 바로 김씨 형제의 ‘노하우’다.

현용씨는 대전의 한 회사에서 난방설비 작업을 하다 1985년 동생과 함께 공업사를 차렸다. 그는 대덕연구단지 연구소의 강철 휘는 일을 도와주다 지난해 10월 화제를 모았던 속리산 비빔밥 무쇠솥(2003명 분)을 만든 것을 계기로 포항시에서 제작을 의뢰받은 것.

이들 형제는 호미곶 가마솥을 만드는 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현용씨는 “수십년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 형제는 올 4월까지 충남 논산시 개태사에 고려시대 국을 끓여 먹었던 대형 무쇠솥을 재현해 납품하기로 했다. 어느덧 ‘솥장이’로 전국에 알려진 것이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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