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교육계 '공황상태'…교육감 불법선거

  • 입력 2004년 2월 4일 2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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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인사비리파문과 제주도교육감 후보 및 교원의 불법선거운동 등으로 제주교육계가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불법선거운동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오남두(吳南斗) 교육감 당선자가 3일 당선자격과 교육위원직 사퇴를 선언했으며 이에 앞서 노상준(盧相俊) 후보가 교육위원직을, 허경운(許景雲) 후보가 제주제일고교장직을 각각 사퇴하는 등 4명의 교육감 후보 가운데 3명이 현직을 사퇴했다.

김태혁(金泰赫) 현 교육감은 인사비리파문과 관련해 지난달 3일부터 장기 병가에 들어가 업무수행을 사실상 마감했다.

▽제주교육계 공황=김 교육감의 장기 병가와 오 당선자의 사퇴 선언으로 10일과 11일 각각 예정된 제주도교육감 이·취임식이 모두 취소됐다.

제주도교육청 업무추진은 부교육감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됐으나 새 학기를 앞두고 행정공백이 불가피하다.

제주도교육청 김경회(金京會) 부교육감은 4일 교육원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했으나 현안사업을 공정하게 추진하라는 원론적인 당부에 그쳤다.

제주도교육감 불법선거운동 수사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인사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 되면서 제주도교육청 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교육지표와 계획을 일선 학교에 시달해야 하지만 교육감 선출 이후로 늦췄다”며 “교육과정과 생활지도 등의 방향을 학교별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의 수사로 교육공무원들이 교육감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일부는 금품을 직접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 제주교육계는 깊은 불신의 늪에 빠졌다.

선거 개입 교원인 경우 내달 말 교원정기인사에 포함될 것이 확실해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불 전망이다. 제주도교육청 장일홍(張日洪) 총무과장은 “사법당국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엄중한 문책 인사를 통해 교단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교육현장 반응=일선 교사들은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며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 고교교사인 고모씨(47)는 “그동안 썩고 곪은 상처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제주교육개혁을 이뤄내지 않으면 교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4일 성명에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제주교육의 환골탈태를 위해 부교육감, 교육위원회의장, 전교조 제주지부장, 제주도 교원단체총연합회장, 제주도 교육청공무원직장협의회장 등으로 구성된 5자 회담을 제안했다. 제주도교육청은 불법선거운동과 인사비리에 개입한 교육공무원에 대해 엄중처벌 방침만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 자체 교육개혁안 마련인 경우 신임 교육감 선출 이후로 미루고 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 교육계 인사비리 수사일지▼

▼2003년

11월 11일:인사비리의혹 교육청 홈페이지 게재

11월 14일:검찰, 인사비리의혹 수사 착수

11월 16일:교육청 강병준 기획관리국장 자살

11월 26일:검찰, 교육비리 공무원 4명 불구속입건

▼2004년

1월 3일:김태혁 교육감 병가신청

1월15일:제주도교육감 선거, 오남두 후보 당선

1월16일:경찰, 교육감 후보 4명에 대한 압수수색

1월17일:검찰, 이사비리 뇌물수수혐의 제주도 교육청 간부 구속

1월21일:노상준 교육감 후보, 교육위원직 사퇴

1월26~27일:경찰, 교육감후보 4명 1차 소환조사

1월30일:허경운 교육감 후보, 교장직 사퇴

2월3일:오남두 교육감 당선자, 당선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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