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맴도는 초등생 살해사건

  • 입력 2004년 2월 2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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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부천 초등학생 살해사건과 관련된 뚜렷한 용의자나 범행동기 등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원점을 맴돌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부천남부경찰서는 "윤기현군(12)과 임영규군(11)이 실종된 이후 소사동 일대 주민과 상인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왔으나 아직까지 특별한 제보나 목격자를 찾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집에서부터 시체 발견 현장까지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 주변 대형 할인매장과 노래방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6대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였으나 아무런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윤군 등이 실종된 뒤 사체로 발견된 최근까지 경찰에 접수된 제보는 대략 10여건.

이 가운데 14일 오후 9시45분경 30대 남자의 뒤를 따라 가는 것을 봤다는 김모군(11)의 진술 외에는 목격된 시점이 불분명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해 수사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30대 남자가 집 근처 공원에서 승용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려갔다', '부천 모 종교 신자들과 공을 차는 모습을 봤다'는 등의 제보에 대해서도 조사한 결과 제보자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경찰은 범인이 윤군 등을 인적이 드문 등산로를 따라 시체 발견 장소까지 유인한 뒤 살해했기 때문에 제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인이 면식범임은 물론 이 동네 지리를 잘 알고 있어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윤군 등이 다닌 D초등학교 주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청소년이 이들을 괴롭혔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초등생들의 진술을 확보해 이 일대 우범자의 신원을 확인중이다.

경찰은 윤군 등이 평소 인터넷 게임을 즐긴 것으로 밝혀진 집 근처 모PC방을 자주 이용한 청소년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또 윤군 등의 장례식이 끝남에 따라 이들의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금전 및 원한관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윤군 등이 실종 당일 입었던 옷과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담긴 전단 1만2000장을 추가로 제작해 이들의 집 근처와 춘덕산 등산로 주변에 배포하기로 했다.

한편 고건 국무총리와 최기문 경찰청장이 이날 오전 수사본부가 설치된 부천 남부경찰서 역곡치안센터를 방문해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뒤 신속한 범인 검거를 당부했다.

부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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