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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0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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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8시경 서울 국철 1호선 영등포역 선로에서 일용직 근로자 감모씨(45)가 역사로 진입하던 주안발 용산행 전동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 전동차 기관사는 감씨가 플랫폼에서 계단으로 내려가 선로를 건너는 것을 보고 급제동했으나 미처 감씨를 피하지 못했다.
감씨는 경남 김해시에서 부인(45) 및 딸(16)과 함께 생활하다 2002년경 가족들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혼자 상경했으며 설을 맞아 이날 가족들에게 내려가는 길이다.
그는 서울역 근처 쪽방에서 동료들과 함께 지내며 공사판을 전전하면서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뒷바라지했다. 감씨는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봉사활동에 참가해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밥을 제공하는 등 남을 위한 일에도 부지런했다.
감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신이 다니는 한 교회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마련한 생활공동체에서 생활했다. 이 공동체에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은 “감씨가 고향에 간다면서 공동체에서 나갔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감씨는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장사까지 하면서 쉬지 않고 일해 가족들에게 다달이 생활비를 보냈다”면서 “매일 집에 전화하며 고향에 내려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감씨가 선로를 무단횡단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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