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에 존속살해 대학생에 극형 선고

  • 입력 2004년 1월 14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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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빚을 대신 갚아주지 않는다며 할머니와 어머니를 목졸라 살해한 뒤 아버지와 형까지 죽이려 한 20대 청년에게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전봉진·全峯進 부장판사)는 14일 할머니와 어머니를 숨지게 하고 아버지와 형까지 죽이려 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구속 기소된 J대 휴학생 김모씨(23)에 대해 원심대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스스로 자초한 경제문제를 부모에게 떠넘기다 참혹한 범행을 저지렀고 그 결과 한 가족을 완전히 '소멸'시켰다"며 "그런데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버지와 형을 원망하는 등 자신을 사랑한 부모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이 있는지를 의심케 된다"며 사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김씨는 대학 진학 후 여자친구를 만난 뒤 신용카드를 마구 써 4000여만원의 빚을 졌다. 김씨의 아버지가 3500만원을 갚아줬으나 김씨는 다시 카드 빚을 지기 시작, 여자친구와 함께 진 빚이 7000만원에 이르렀다. 부모와 다툼 끝에 집을 나온 김씨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아버지가 없을 때 가끔씩 집에 들러 어머니와 접촉해왔다.

지난해 6월 집에 온 김씨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어머니의 목을 졸랐고 쓰러져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 시켰으며 옆방에 있던 87세의 할머니도 같은 방식으로 죽였다.

김씨는 또 한시간 뒤 집에 들어서는 형의 어깨와 팔, 가슴 등을 15차례나 칼로 찔렀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형을 거실 바닥에 방치한 채 아버지를 기다렸다. 다시 한시간쯤 뒤 귀가하던 아버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머뭇거리다 도망치자 김씨는 "아버지가 안 들어오면 형이 죽는다"고 협박까지 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여자친구에게 "오늘 식구들 작업했다가 실패했다. 엄마랑 할머니까지 성공했고 형도 거의 성공해서 아빠만 남았는데 아빠가 현관에서 도망갔다" "형을 죽인다고 해도 아버지가 도망갔다. 정말 황당해서 (형을) 살려줬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내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

재판부는 범행방법 등이 극악무도해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없어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병원에 의뢰했으나 공격적 충동이 다소 있을뿐 지극히 정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반성문을 제출하지도 않았으며 항소할 당시 재판부에 항소이유서조차 내지 않았다.

재판부 관계자는 "징역 3~4년 정도의 형이 예상되는 피고인도 많게는 수십통의 반성문을 제출하는데 김씨는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재판과정에서도 '아버지가 범행동기를 카드빚 때문인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등 정상을 참작해줄만한 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항소심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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