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血稅전용 실태]부도후 계열사 돈 빼내 1300억대 부동산 매입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51분


26일 발표된 검찰의 공적자금 비리 중간 수사 결과는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부실기업과 그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실기업이 지원받은 공적자금 중 일부를 정관계 및 금융기관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수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실기업주 범죄 백태=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은 98년 1월 ㈜나산의 부도 이후에도 계열사 자금 290억원을 가족이나 임원이 대주주인 회사에 부동산 경매자금으로 대여하는 방식으로 회사 돈을 횡령했다.

이 과정에서 안 전 회장은 처삼촌 박모씨(67)가 계열사인 나산클레프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되자 그와 공모해 이 회사 자금 27억원을 빌려 부동산을 사는 등 1999∼2000년 6개 계열사의 돈으로 건물 골프장을 포함한 부동산 8건(감정가 1308억원)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의철 전 뉴코아그룹 회장은 계열사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2865억원을 사기 대출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특히 2000년 12월 배당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뉴타운산업 대주주인 아들에게 7억원을 불법으로 이익 배당했다. 또 뉴타운산업에 근무한 사실이 없는 사위 등에게 2000년 8월부터 12월까지 이 회사 법인카드를 주고 룸살롱 술값과 유흥비 등으로 1억4000만원을 사용토록 했다는 것.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은 펄프수입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997년 12월∼2000년 6월 비자금 36억여원을 조성했고 이 중 18억여원을 미국 은행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병근 전 신호제지 과장 등 직원 4명은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이 전 회장을 협박해 3억9000만원을 갈취했다. 또 비자금을 관리했던 문모 전 사장은 노조 무마비로 사용하겠다며 비자금 2억3000여만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기업주부터 직원들까지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부실기업주 재산 은닉=부실기업주들은 회사가 부도난 상황에서도 채무 변제를 피할 목적 등으로 회사 부동산이나 개인 재산을 가족이나 임원 명의로 은닉한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안 전 회장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된 나산관광개발 소유의 골프장 회원권 80장(시가 200억원 상당)을 부인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에 무상 양도했고, 임원 명의로 은닉한 주식 매각 대금 208억원 가운데 72억원을 계열사 증자 자금으로 사용했다. 김 전 회장 역시 부도 이후 계열사가 소유한 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자기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뒤 다시 경리직원 명의로 14억원 상당의 허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채권 집행을 회피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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