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피플]폭력추방운동 소위원장 이성락 아주대 교수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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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자주 발생해 이젠 무감각해진 각종 폭력을 없애기 위해선 의료계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 시작을 의사들 사이에 폭력을 없애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아주대병원 피부과 이성락 석좌교수(65·사진)는 의료계의 진로를 걱정하는 원로 중견 및 젊은 의료인의 모임인 월요포럼에서 4월부터 의료현장폭력추방운동 추진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의대와 전문의 등의 전 과정을 독일에서 마쳤지만 한번도 의사와 의사, 환자와 의사 사이에 폭력을 본 적이 없었다”며 “국내에 와서야 병원 내 폭력이 심각한 수준임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요즘에도 교수가 회진이나 회의석상에서 전공의를 걷어차거나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뺨을 때리며 폭언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의 한 병원에선 3년차 전공의가 1년차에게 호출해도 연락이 없었다고 둔기로 내려쳐 응급 뇌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최근 의료계의 폭력 실태를 설명했다.

그는 “의사 사회 내에서 여전히 폭력이 존재하는 것은 인턴 레지던트의 전공의 교육이 군대식, 도제식 교육이기 때문”이라며 “유명무실화된 병원 내 윤리위원회를 활성화 시켜야 하며 먼저 폭력을 행사한 쪽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야 된다”고 말했다.

의사가 간호사를 성희롱하거나 환자의 보호자가 의사를 폭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병원은 사회의 축소판이므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무관심해지면 사회 전체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교수는 “국내병원에서 의사들간 폭력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전국 12개 수련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해 1월 중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며 “이번 조사를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료정책연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한국의학교육학회 등 각종 단체에서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62년 독일 뮌헨대 의대를 졸업한 뒤 75년 연세대 의대 피부과 주임교수를 역임하고 1990년엔 아주대 의대 초대학장을 맡았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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