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私교육]2부 사교육 부작용과 대안 ③사교육 불평등

입력 2003-12-09 18:26수정 2009-09-2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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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김모씨(42)는 얼마 전 지방의 친척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아이가 이번에 중학교 3학년이 되는데 겨울방학 동안 서울에서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한 달만 맡아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별로 왕래가 없던 친척이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싶어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의 사교육 불평등=경남 진주시에 사는 고교 3학년 수험생 A군(18)은 지난달 대학 수시모집에 대비해 서울 강남의 한 유명 구술학원에서 열흘간 특별 수업을 받았다. 지방에는 유능한 강사도 없고 정보도 부족해 서울 학생들과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A군은 학원에서 제공한 경기도의 한 기숙사에 묵으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집중 교육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A군과 함께 수업받은 학생들 중 불합격자는 다시 짐을 꾸려 ‘원정과외’를 받으러 상경할 예정이다.

논술, 구술 전문 K학원의 한 강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지방에 직원을 파견해 각 학교의 진학지도 교사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고교 3학년 수험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도 대거 서울로 향하고 있다. 아예 서울로 전학하려는 지방 학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방에서 서울로 위장전입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학생은 지난해 753건에서 올해 876건으로 늘었다.

▽강남 강북도 큰 차이=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강남 학군’에 해당하는 강남, 서초, 송파구에 있는 사설 학원 수는 서울 전체의 24.6%(3041개)다. 이 지역 인구는 서울 전체의 15.4%다.

거주지별 연간 1인당 사교육비도 서울 강남지역 478만원, 서울 기타 지역 313만원, 광역시 지역 276만원, 읍면 지역 203만원 순이었다.

이는 공교육도 마찬가지. 서울시내 각 구청이 지난해 해당 지역교육청에 준 교육보조금은 강남구가 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강북구(1억5000만원) 중랑구(2억원)의 수십 배에 달한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지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여건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비율이 강남구(67.9%)와 서초구(82.1%)가 성북, 구로, 금천구 등 시내 다른 지역(10∼20%)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학생 간 ‘지역감정’=교육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같은 서울에서도 학생 사이에 ‘지역감정’이 생기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 수가 강남지역 고교는 한 반에 15명, 목동과 여의도는 10명, 나머지 지역은 5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서울 강북지역 S고 2학년 김모양(17)은 “강남의 교육환경을 부러워하면서도 반감을 갖는 학생이 많다”면서 “특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강남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인옥(朴仁玉) 사무처장은 “입시교육에 있어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의 교육 격차가 상당히 크다”며 “사교육의 영역을 공교육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소화할 때 이 같은 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력, 소득에 따른 차이=가정의 경제력이나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사교육 비용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이 9, 10월 학부모 1만246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학원을 졸업한 어머니의 88.9%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어머니의 학력별로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비율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 86.9% △전문대 82.2% △고교 71.9% △중학교 44.8% 등으로 나타난다.

또 한 달 소득이 150만∼300만원인 가정의 연간 사교육비는 218만원인데 비해 월 소득이 450만원 이상인 가정의 연간 사교육비는 435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김성일(金聖鎰·교육학) 교수는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결정되는 ‘부의 불균등’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공교육 영역인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는 한 사교육 불균등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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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강남=명품, 강북=빈티” 학생들 위화감 심각▼

‘사치, 치맛바람, 경쟁, 과외, 돈, 해외 유명상품….’

서울 강북지역 학생들은 ‘강남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말해 보라’는 질문에 이같이 응답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강남과 강북지역 고교 2학년 학급 한곳씩을 선정해 면학 환경과 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간 ‘지역감정’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들 지역의 교육여건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강남지역 학생들은 강북지역 학생에 대해 ‘촌스러움’ ‘빈티’ ‘학원폭력’ ‘쫄바지’ 등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다. 강북지역 학생들이 ‘강북 학생’이란 말에서 떠올리는 단어도 이와 유사했다. 거주지에 따른 학생들의 우열의식과 위화감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문에 응한 강북지역의 한 고교생은 “같은 서울이면서 교육여건이나 시설 등이 강남지역 학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져 ‘강북학생’들이 무시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지역 학생들은 강남보다 강북이 불리한 점으로 대학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우수한 학원이 먼 거리에 있는 것 등을 꼽았다.

지역간 사교육비도 큰 차이가 났다. 강남지역 학생 65명 가운데 41명이 한 달 평균 50만원 이상을 학원 또는 과외비로 쓰고 있었다. 이 가운데 12명은 한달에 사교육비로 100만원 이상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북지역 학생의 경우 한 달에 50만원 이상을 쓰는 학생은 65명 가운데 2명에 불과했다. 학교 수업 이외에 학원, 과외 등으로 따로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이 채 안 된다고 응답한 학생도 34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또 강북지역 학생 가운데 3분의 1은 교육 환경이 우수한 강남지역으로 전학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영철(金永哲) 선임연구원은 “교육 격차가 심한 지역에 사는 주민이나 학생 사이에 위화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교육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거주 지역에 따라 우열의식이 조성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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