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추적/인천시, 서민주택건설 손놔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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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아파트를 지으면 뭐 합니까.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데….”

2월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돼 내년부터 대한주택공사가 일반아파트를 짓는 인천 동구 송림동 18 일대. 주민들은 동네가 개발된다는 소식이 달갑지 않다. 이 곳에는 40∼50년 된 노후 주택 400여 채가 밀집해 있다.

일반아파트 공급계획이 발표되자 투자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집값은 평당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뛰었다.

50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이순교 할머니(80)는 “보상을 받아도 일반 분양 아파트에 들어갈 능력이 없다”며 “이러다 다른 동네로 쫓겨나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구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임대아파트를 함께 지어줄 것을 주공에 요구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저소득층을 위한 시영아파트 건설을 외면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지역에서는 주공이 임대아파트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서민들은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영아파트를 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학시영아파트 12평형의 임대보증금은 122만4000원, 월 임대료는 2만3000원.

그러나 같은 평형인 만수 주공 7단지 영구임대아파트는 임대보증금이 5.2배인 644만2000원, 월 임대료는 30만7000원이다.

3월말 현재 인천시내 임대아파트는 영구임대, 50년, 20년, 5년, 사원임대 등을 포함해 모두 1만7670가구.

시는 1992년 연수구 연수시영아파트(1000가구), 93년 선학시영아파트(1300가구), 93년 청학아파트(330가구)를 공급했다. 98년에 5년 임대 후 일반아파트로 전환하는 한진아파트(계양구 병방동·699가구)를 공급한 뒤 시영 임대아파트 건설에서 손을 뗐다. 주공은 98년 부평구 삼산동 삼산주공아파트(684가구)를 시작으로 5년 임대아파트를 주로 분양하고 있다.

일반분양 전환을 앞두고 임대아파트에서 나온 이모씨(43)는 “우선입주권이 있지만 외환위기 후 일자리를 잃어 돈을 모으지 못했다”며 “임대아파트도 진짜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시는 최근 저소득 주민을 위한 국민임대아파트 수요량을 인천발전연구원을 통해 조사한 결과 5만5000가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지 7만여평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인천시 주택과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져 그동안 시영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에 서구 연희동 승마장 부지에 240가구 규모의 시영 임대아파트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수백만평의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는 인천시가 땅이 없어 시영아파트 못 짓는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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