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현금 실은 승용차 잘 달렸다…권노갑씨 공판 현장검증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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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법 앞마당에서 현대비자금 운반 차량으로 알려진 다이너스티 승용차가 현금 40억∼50억원을 싣고 달릴 수 있는지 현장검증을 하기에 앞서 법원 직원들이 가짜 돈 상자들을 차에 싣고 있다. -강병기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법 앞마당에서 현대비자금 운반 차량으로 알려진 다이너스티 승용차가 현금 40억∼50억원을 싣고 달릴 수 있는지 현장검증을 하기에 앞서 법원 직원들이 가짜 돈 상자들을 차에 싣고 있다. -강병기기자
500∼600kg의 돈더미를 실은 다이너스티 승용차는 잘 달렸다.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의 공판과 관련해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과 남산 일대에서 현금 전달경로를 재현하는 현장검증이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 판사 주재로 실시됐다.

그 결과 500∼600kg 무게의 박스 18∼25개를 실은 다이너스티 승용차는 아무런 문제없이 도로 주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다이너스티에 500∼600kg 무게의 현금을 싣고는 정상 주행을 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이번 현장검증을 신청한 권 전 고문측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현대측은 재판과정에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현금 40억∼50억원을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싣고 남산의 하얏트호텔 주변을 거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가서 김영완씨측에 전달했다”고 밝혔었다. 김영완씨는 권 전 고문이 현대에서 받은 비자금을 세탁 관리해 온 것으로 검찰이 지목한 인물.

이날 오후 2시반 실시된 현장검증에서는 당초 2억원이 든 상자와 3억원이 든 상자로 40억∼50억원을 만들 수 있는 24가지 경우의 수에 대해 모두 실험하기로 했으나 검찰과 권 전 고문의 변호인이 합의해 11가지 방법만 실시했다.

오전에 미리 제작된 2억원 상자와 3억원 상자의 부피를 놓고 검찰은 “예상보다 상자의 부피가 조금씩 늘어났다”며 반발했으나 막상 18∼25개의 상자가 무리 없이 승용차 안에 들어가자 검찰은 흡족해한 반면 변호인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변호인은 “실제 돈 전달경로에 남산 오르막길이 있으므로 급경사 오르막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당초 계획대로 ‘서초동 법원∼반포동 고속터미널∼서초동 삼호가든 아파트∼법원’ 등 약 4km의 3가지 주행코스로 도로 주행을 실시했다.

승용차는 최고시속 60km, 평균시속 40km로 달렸으며 모든 코스에 대해 주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운전사 역할을 했던 서울지법 직원 이현석씨는 “(주행에) 별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예상되던 결과다. 할 필요가 없는 현장검증이었다”며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이에 변호인측은 “남산 하얏트호텔까지 직접 운전해봐야 한다”고 주장,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문제의 다이너스티 차량이 남산까지 운행했으며 재판부 검찰 변호인 취재진의 차량 20여대가 경광등을 켠 채 동행하기도 했다.

남산 주행도 별문제 없이 끝나자 변호인측은 “돈이 전달된 날짜로 추정되는 토요일 오후에 실제 돈 전달경로인 ‘계동 현대사옥∼남산 하얏트호텔∼서울 압구정동 일대’를 주행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현장검증을 다시 재판부에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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