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200억원 다이너스티 싣기 실험"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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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600㎏ 무게의 현금을 실은 승용차가 잘 굴러가는지를 실험하는 이색적인 현장검증이 2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에서 열린다.

이는 현대 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의 공판에서 200억원 전달 경로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이 엇갈리자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黃漢式)부장이 변호인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실시키로 한 것.

변호인은 그동안 현대 측이 다이너스티 리무진에 40~50억원을 싣고 서울 압구정동 일대에서 김영완(金榮浣)씨 측에 건넸다는 주장에 대해 "500~600㎏이나 되는 무게의 돈을 승용차에 싣고는 정상 주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김씨는 권 전 고문의 비자금을 세탁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

이날 검증은 먼저 법조타운 내 C은행에서 현금 2억원과 3억원이 든 상자의 무게를 각각 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수치로 현금 40억~50억원의 현금무게를 계산한 뒤 이에 해당하는 복사지를 라면상자(2억원용)와 사과상자(3억원용)에 나눠담는다. 이후 현금 상자를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싣고 법조타운 주변을 주행한다.

재판부는 C은행에 장소 및 현금제공 협조를 요청했으며 운전기사와 사진촬영기사 등의 역할을 할 법원직원 8명을 뽑았다. 돈을 전달하는데 사용된 현대 다이너스티 리무진 승용차는 3년 전 판매 중지돼 구하기가 쉽지 않아 현대상선의 한 임원이 사용 중인 다이너스티를 빌리기로 했다.

재판부는 14일 검찰과 변호인을 불러 현장검증 방식을 협의했지만 승용차에 실을 금액과 상자수, 넣는 방식 등 사소한 부분까지 의견이 대립해 검찰과 변호인이 주장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실험해보기로 했다.

검찰은 현금이 2억, 3억원씩 서로 다른 크기의 상자에 담겨 한 번에 40억원씩 전달됐다고 주장하나 변호인은 일부 증인의 진술에 따라 2억원씩 같은 크기의 상자에 담겨 한 번에 최대 50억원이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방식을 택하자고 고수했기 때문.

재판부는 이에 따라 2억원짜리 상자와 3억원짜리 상자를 조합해 40억~50억원을 만들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중 "작은 상자가 큰 상자보다 많았다"는 일부 증인의 진술에 의거, 2억원짜리 상자가 더 많은 경우를 계산해 총 24번의 실험을 하게 된다. 이 중에는 변호인 주장대로 2억원짜리 상자 25개를 싣는 것도 포함돼 있다.

다만 실제 돈이 이동된 경로대로 '계동 현대사옥-남산 하얏트호텔-압구정동'을 주행해야 한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법조타운 주변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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