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부고속철 관통문제 시민-공단 극한대결

  • 입력 2003년 11월 16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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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과 천성산을 관통하는 경부고속철도 부산구간 건설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율스님의 무기한 단식농성과 시민단체의 끝없는 관통반대 운동이 이어지면서 극한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3월 38일간의 단식농성으로 당국의 노선재검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남 양산시의 내원사 지율스님은 정부의 공사 강행에 맞서 지난달 4일부터 다시 단식에 들어가 16일로 단식 44일째를 맞고 있다.

부산시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율스님은 이날 “이 무상한 육신을 버려 천성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저자거리에 나서 몸과 목숨을 버리겠다”며 결의한 의지를 보였다.

또 최근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저지를 위해 108인 선언을 했던 부산교사모임은 14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국제신문 4층 대강당에서 지율스님과 천성산을 살리자는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모두가 하나 되어 힘을 주고받아 스님과 이 땅의 생명을 살리자”고 결의한 뒤 사진전과 교사 및 학생들의 토론 시간을 가졌다.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율스님의 단식 농성과 함께 지난달 15일 천성산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을 대리해 ‘도롱뇽의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부산지법에 공사착공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 16일 현재까지 3만6020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비대위측은 10만 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하면 지율스님이 단식농성을 일단 접고 다른 방향으로 시민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정산 천성산을 지키는 문화연대는 16일 범어사 야외주차장∼금정산∼북문광장에 이르는 등산로에 365개의 십자가와 솟대를 심는 ‘부산시민생명행진’ 행사를 벌였다.

문화연대는 행사에 이어 이날 오후 북문광장에서 남산놀이마당의 ‘금정의 함성’과 강은교 시인의 시낭송, 극단 자갈치의 ‘풀벌레의 비가’라는 퍼포먼스 등의 문화행사도 가졌다.

금정산 천성산 관통반대 시민종교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울산, 경북 김천·구미, 충북 오송 등 3곳의 중간역이 신설돼 당초 1시간 56분대의 서울∼부산 주파시간이 2시간 31분으로 늘어났다”며 “고비용 저효율의 저속철 금정산 관통노선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천성산은 국가생태보전지구이자 습지보호구역이며, 금정산은 609종의 식물상과 양서류, 파충류 24종, 환경부 보호종 남생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등 조류 59종이 서식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며 대안노선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고속철도공단측은 “기존 노선이 가장 합리적이라는데 입장의 변화가 없고, 또 시민단체에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볼 뿐”이라며 “공사 일정대로 측량, 진입도로 만들기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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