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법체류 비극 막는 길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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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부터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에 나선다.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들이 단속을 피해 몸을 숨겼고 일부는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강제출국을 비관한 외국인 근로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그러나 단속이 흐지부지되어서는 안 된다. 섣부른 동정론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법체류자가 남아있는 한 이들의 열악한 지위를 악용해 구타나 모욕, 임금체불 등을 일삼는 악덕 사업주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랜 논란 끝에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합법화하고 이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값싼 노동력 활용’과 ‘외국인 근로자 인권보호’ 가운데 후자에 무게를 두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체류자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을 수 있다.

법의 권위와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불법체류자 정리는 더 미룰 수 없다. 불법체류자가 12만명에 이르는 나라의 출입국 관련법을 과연 법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14일까지 약 2만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자진 출국했다고 한다. 정부가 불법체류 단속을 소홀히 하면 법을 존중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하고 무시하는 사람은 혜택을 받는 결과가 된다.

정부가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단속을 유보하는 등 선별단속을 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본다. 정부는 단속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부족한 수용시설에 대한 해결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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