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취업 근로자 과로도 업무상 재해” 판결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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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취업규칙을 어기고 2곳의 직장에서 일했다 하더라도 과로로 질병을 얻었다면 근로자의 전체 업무량을 합산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정태학(鄭泰學) 판사는 12일 2곳의 청소용역회사를 다니며 과로하다 뇌중풍 판정을 받은 박모씨(45)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를 감안해 중복 취업한 근로자의 과로 및 스트레스 여부는 근로자가 사업장 전체에서 수행한 모든 업무를 합산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각 사업장에서 근무한 노동의 강도가 과로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더라도 2군데 회사를 다니느라 하루에 2∼3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1998년 11월 I위생업체에 취직해 아파트 엘리베이터 청소를 해오다 2000년 10월부터 S위생업체에도 중복 취직해 백화점 청소까지 맡아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일해 오다 2001년 5월 병원에 실려 간 끝에 뇌중풍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취업규칙을 어기고 2개 사업장에 취직해 스스로 위험을 초래한 데다 I사와 S사 중 어느 쪽 근무로 뇌중풍이 발생했는지 입증할 수 없다”며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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