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학교폭력 피해학생 29% "자살충동"

  • 입력 2003년 11월 9일 21시 43분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10명 가운데 6명은 가해 학생에 대해 ‘죽이고 싶다’ ‘증오심이 생긴다’ ‘복수하고 싶다’ 등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한의대 청소년문제연구소(소장 한상철·韓相哲)가 7일 개최한 청소년폭력 세미나에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임재연 상담실장은 ‘학교폭력 피해 가해 학생의 정신적 장애와 휴유증’ 사례를 발표했다.

임 실장은 “청소년 때 경험하는 폭력은 성년기에도 이어져 가정폭력과 범죄 등 온갖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폭력에 노출=올 5월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9.1%가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13.8%에 비해 5.3%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학교 폭력 유형은 금품 갈취, 위협 및 협박, 신체폭력 등이 많았다. 돈을 빼앗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유형에서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경험이 가장 많다. ▶표 참조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 가운데 30%(따돌림은 40%)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 친구나 가족에게 알리는 경우가 30% 가량이었으나 교사에게 알리는 경우는 4.6%에 불과했다.

피해 학생들은 △일이 커질지 모른다 △이야기해도 소용 없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등의 이유로 폭력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 따돌림을 겪은 학생의 31%는 ‘그냥 참고 지나가는’ 경향을 보였다.

▽가정 및 학교 환경이 폭력 학생을 만든다=가해 학생들은 대체로 공격적이고 충동적 성향이 강했다. 가해 학생의 가정 분위기가 폭력적이고 엄격한 경우, 부모에게 얻어맞은 경험이 있는 경우 등이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교사에게 폭력적 방식으로 훈육을 받거나 체벌을 경험한 학생이 학교 폭력 가해자가 된 경우도 많았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은 부모에게 짜증을 내거나 동생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 불만을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경우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은 성인이 됐을 때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체 폭력 뿐 아니라 언어 폭력(놀림 욕설 조롱 등), 심리적 폭력(심부름 시키기, 말 따라 하며 놀리기, 물건 던지기, 경멸하기 등) 등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의 42.8%는 불안하다고 답했으며, 62.6%는 가해자에 대해 복수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학교폭력으로 복통 두통( 22%)을 겪거나 악몽이나 수면장애(20%)에 시달리는 학생도 있었다. 29%는 자살 충동을 겪기도 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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