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장엔 경찰 안보여요” 시위 막기-시설 경비에 투입

  •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8분


민생치안이 실종되고 있다. 서울과 지방에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으나 정작 시민들을 지켜줄 경찰은 주변에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시국관련 시위와 각종 이익단체의 집단행동이 잇따르면서 경찰이 경비업무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바람에 민생치안에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청 앞 광장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는 경찰이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전의경 254개 중대(3만여명) 가운데 128개 중대 1만5000여명이 투입됐다.

서울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2차 국민대회’가 열린 지난달 25일에도 서울 강남경찰서 방범순찰대를 제외한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의 방범순찰대 전원이 집회 경비에 투입됐다.

올해 초부터 반미시위, 화물연대 파업, 농업개방 반대 농민시위, 전북 부안지역 핵 폐기장 반대 시위 등 굵직한 시국 현안이 잇따라 발생하고 고정적인 경비 수요가 늘면서 민생치안에 투입될 경찰력마저 시국치안에 동원되고 있다.

경찰서마다 1개 중대씩 배치된 방범순찰대의 기본임무는 민생범죄를 예방하는 것. 하지만 이들이 경비에 동원되는 일이 잦아 도보순찰하는 경찰은 요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경찰관을 볼 수 없다”는 시민들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강도는 올 들어 9월까지 5912건이 발생해 지난해의 5906건을 이미 넘어서 지난 10년간 최고기록을 세웠다.

경찰청 박재현(朴在鉉) 방범기획과장은 “당장 눈앞의 집회 시위를 막느라 방범활동은 자꾸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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